유년시절의 고향은 언제나 그리움이요 사랑이다.
그 시절 집안 어른들께서 어린 내게 ‘사람 노릇 제대로 하려면 문중과 향교 출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고 하셨다.
이는 문중의 시제나 대소사 행사에 참석해 일가친척을 알아야 하고, 읍내 향교서 공자와 유교를 추앙하는 유림 즉 인의예지를 제대로 아는 선비가 돼야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음을 4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던 내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10여년 전 고 박남호 회장께서 서울시유도회본부 회장이 되시면서 유도회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박 회장이 제20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이 됨과 동시에 나는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이는 70년 유도회 역사상 호남인으로는 처음 있었던 일로 유도회의 뿌리 깊은 연고주의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3년 전 박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급사하시고 나만 홀로 남았다. 그렇지만 후임 김영근 회장의 신임을 얻어 사무총장으로 일하게 됐고, 지난 10월21일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 앞뜰에서 성균관유도회 창립 70주년 전국유림총화대회 사회를 맡아 행사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전국유림을 비롯해 김영근 제22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 어윤경 제31대 성균관장, 정세균 국회의장, 박지원 의원, 문재인, 김문수 전의원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아쉬운 것은 전남지역 유림 300여명은 교통난으로 대회가 끝날 무렵에야 도착했다.
이날의 총화대회는 그 호칭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유도회 창립 70주년이 갖는 자축의 의미보다는 유도회가 당면하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한 자성과 화합을 강조하는 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대회는 개회사 없이 ‘대회 참가자 일동’의 윤리선언문과 실천강령 낭독으로 시작됐다.
김영근 회장은 대회사에서 자축하는 기쁨보다는 지난 70년간의 과오와 갈등에 대한 반성과 우리사회의 개혁과 밝은 미래는 유림의 총화단결에 있음을 강조했다.
어윤경 성균관장은 격려사에서 1946년 3월13일 2500여명의 유림이 명륜당에 모여 전국 유림지도자 대회를 열었던 그 열정과 업적을 계승 발전시킬 것을 역설했다.
대회는 ‘성균관유도회 창립70주년 기념 전국유림 일동’의 대한민국 유림혁신선언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선언문은 유도회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대안 내용이었다. 그러나 70~80세의 주류유림의 뒤를 이을 젊고 참신한 유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기자명 박철수
- 입력 2016.10.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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