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 남 주(북멘토)

‘정의란 무엇인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하버드대학 마이클 센델 교수가 쓴 책 제목이다. 정의(正義, justice)의 사전적 개념은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또는 ‘바른 의리’로 풀이하나 학문적 개념은 학자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는 정의란 단어를 한때 증오했다. 5공화국 시절 ‘정의사회 구현’이 4대 국정지표였기 때문이다.
센델 교수는 한국의 극성스러운 정의 열풍에 놀랐다. 미국에서 그의 책이 약 10만 부가 팔렸으나 한국에서는 130만 부 넘게 팔렸기 때문이다. 정의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 결과로 생각된다. 실지 여론조사에서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미국은 38%였고, 한국은 거의 두 배 가까운 74%로 나타났다.
센델 교수는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들었다. 그리고 행복의 판단 조건으로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의 공동체를 제시했다. 고유한 의미에서 공리주의는 19세기 영국에서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사상을 가리킨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공리주의를 표방했다. 인생의 목적을 쾌락에 있다고 봤으며 또 그것을 행복과 같은 뜻으로 간주했다. 다만 그것이 개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여러 사람에게 연결돼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공리주의는 공동체의 행복인 셈이다. 때문에 사회의 행복을 최대화하려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공동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이론처럼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철학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지향점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필자는 지난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 미래상으로 전라우수영민속예술촌과 남도민속학교 설립을 목적으로 행사를 기획해 지역민들 그리고 향우들과 함께 추진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로부터 눈물과 기쁨의 연속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왔던 방식과는 달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 예산은 민간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면내 단체장 중심이 아닌 개인 참여 등이었기 때문이다.
행사 내용도 추모제, 학술행사, 민속발표로 예전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 차이는 갖가지 오해를 불러왔고 갈등을 초래했다. 다행히 갈등을 극복하고 행사는 잘 마무리됐지만 지역공동체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운 셈이며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먼저 지역발전은 전향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이므로 개인의 생각이 먼저 발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실상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나라는 개인주의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사익은 물론 공익도 추구했으면 한다. 이런 변화에서 지역발전은 비로소 출발한다.
우수영의 경우는 차별화된 역사에 다양한 민속놀이가 전승되는데 이를 즐기고 놀면서 주인이 돼야 한다. 과거 농업은 공동체였으며, 이와 관련한 무형문화는 어르신들이 떠나면 동시에 소멸한다. 따라서 몇 년 이내에 그 놀이문화의 가치는 무한 상승될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 문화를 간직한 지역의 미래는 밝다. 그런데 이를 지역민이 즐겨야 보존과 전승이 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야 공연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 노동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두려운 것은 대가가 없으면 공연을 않게 되고 단절 즉, 소멸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즐거워야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것이다. 주체적으로 노는 사람은 돈 받고 놀지 않고, 오히려 돈을 내고 즐긴다.
우물 안의 개구리식 사고를 벗어나 드넓은 세계관을 갖자. 지도를 뒤집어 보면 해남은 한반도의 끝이 아니라 대양으로 뻗어가는 출발점이다. 이런 큰 사고로 소지역 우리끼리만, 내 것만 하겠다는 식의 작은 생각을 벗어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관용의 마음일 것이다. 나와 견해가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과 사랑을 바탕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화합했으면 한다.
진정한 정의로운 사회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즉, 공동체의 행복에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공동체 놀이를 즐기면서 대동단결하고, 이러한 에너지로 미래를 가꾸어 간다면 우수영은 세계적인 민속의 고장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한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