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재 희(북멘토)

11월12일 거국적인 시민 100만이 서울에 모여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당신은 더 이상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들끓는 민심과 야권의 요구 또한 "부적절하다"고 맞서고 있고 심지어 반전까지도 준비 중이다. 여전히 현 시국의 엄중함을 모른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탄핵’을 외치고 있다. 법적으로도 탄핵요건을 충분히 갖췄고, 아무리 퇴진을 외쳐도 거부한다면 남은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들의 염원과는 달리, 탄핵이 오히려 박근혜 체제의 부활을 가져올 수도 있고, 전국을 일거에 진흙탕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 실례가 바로 친박측에서 차라리 탄핵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에서 감지할 수 있다.
탄핵에는 어떤 악마의 디테일이 도사리고 있을까?
첫 번째로, 대통령의 탄핵에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을 해야 발의가 된다. 새누리당 의원 40명 정도가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일 부결됐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1차적으로 면죄부를 받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올해 안에 다시 탄핵안을 상정할 수도 없게 된다.
두 번째로, 만일 탄핵소추 발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각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를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일 확률이 그리 크지 않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각하’되면 박 대통령으로선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되는 셈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헌재에서 탄핵에 대해 '인용'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여당의 추천을 받았거나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이다. 그나마 내년 초 헌법 재판관 2명의 임기도 만료된다. 섣부른 탄핵소추가 불안한 이유다.
세 번째로, 탄핵 부결이나 각하의 경우 그 후폭풍이 민주진영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친 박근혜성향의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민주진영을 매도할 것이다. 민주진영은 한마디로 맨붕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
네 번째로, 발의된 탄핵소추안의 결정을 헌법재판소에서 최대한 늦춘다면 박근혜는 사실상 거의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현 상황이라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박대통령 못지않은 자가 바로 황교안 총리가 아니던가?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탄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총리를 먼저 선임해놓을 필요성이 있다.
탄핵 이외에 법적으로 또 하나 남은 것이 바로 특검이다. 우리나라의 검찰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기에 당연히 특검이 도입돼야 한다. 특검이 모든 비위사실을 밝혀내고 단죄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임기 중 소추가 되지 않기에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이 또한 어렵게 된다.
아무리 몇백만이 모여도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고, 탄핵도 현실적으로 불안하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먼저 우리는 ‘박근혜 퇴진’을 끝까지 외쳐야 한다. 마치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스스로 퇴진할 때까지 오직 ‘퇴진’을 고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번 기회에 드러난 대한민국의 환부를 도려내는 일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포스트 박근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좌표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목표들을 학습하고 제시해야 한다. 아예 새로운 바탕 위에 우리의 미래지도를 그려 넣어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지역부터 무엇이 바뀌어야 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적 대안이 무엇인지 머리를 모아야 한다.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탈피해 지역 현안에 초점을 두는 풀뿌리 네트워크가 조직돼야 한다.
해남은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 상권은 침체기를 맞고 있고 지역정치는 거의 파탄 지경에 빠졌다. 그 모든 책임을 오직 중앙의 정치 잘못으로 돌릴 것은 아니다. 잠자는 권리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것처럼 큰 이슈 속에 생활 밀착형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우리는 이 작은 촛불을 지켰던 것처럼 ‘생활’을 지키기 위한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답이다. 여기에 우리는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때 탄핵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탄핵이 아니라 그 내면적 속살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헌법재판소를 압박할 수 있는 여론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그 사이 국민들은 적어도 우리 해남 시민들은 각자 진영의 이해 타산적 계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정치 즉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에서 거의 매일 시국토론회가 열렸듯 각종 의제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해남만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분노하되 즐겁게 싸워야 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축제라는 발상의 전환으로써 말이다. 미국 시인 휘티어는 이렇게 말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 가운데 가장 슬픈 말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는데…”라는 것이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의 모습으로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과거가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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