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영 자 (편집국장)

89억원 규모의 건물,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가.

해남군은 우수영문화마을을 조성했다. 우수영 문화마을의 핵심은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과 우수영 주민들의 삶이다. 또 울돌목에는 특허까지 받은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 동상이 서 있다. 2년 전 상영된 영화 ‘명량’은 천만관객을 넘었다. 영화는 조국의 위기 앞에 고뇌하는 이순신을 담아냈고 여기에 민호들의 삶을 적절히 결합했다.

명량대첩 기념관, 총 89억원 중 전시물에만 26억원이 투입됐다. 스토리가 전혀 없는 전시관.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의구심을 넘어 화가 치민다. 벽에 부착된 글씨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기념관, 어디에도 울돌목 물살을 바라보며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은 찾아볼 수 없다. 유신 때나 있을법한 성웅 이순신만 존재한다. 한마디로 전쟁기념관이다. 세계 해전사를 나열해 놓고 외국 장수들이 이순신을 추켜세운 내용, 판옥선과 일본 왜선과의 비교, 무기류의 비교 등 인터넷만 검색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내용만이 즐비하다. 누가 그 많은 글들을 일일이 읽고 가겠는가. 그저 세계 해전사, 임진왜란과 관련된 지식검색 수준이다. 지금은 검색이 아닌 사색의 시대이다. 사색에는 휴머니즘이 있고 지역성이 있고 인문정신이 담겨 있다.

지역의 역사성을 담지 못한 명량대첩 전시관. 명량대첩의 의미도 살려내지 못했고 당연히 스토리 라인도, 공간구성도 종잡을 수 없다.

전국에는 이순신 관련 전시관과 상징물들이 숱하게 있다. 그중 명량대첩 전시관이 가장 규모가 크고 예산규모도 가장 클 것이다. 전국에 숱하게 있는 임진왜란 관련 건물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곳까지 와서 관광객들ㄹ은 과연 무엇을 얻어 갈 것이다. 또 해남사람들ㄹ은 명량해전 전시관에서 우리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이다.

우수영의 주제가 무엇인가를 고민했어야 했다. 우수영문화마을과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과의 연계선상에서 전시관의 주제도 설정됐어야 했다. 그러나 그토록 큰 건물치고 내용물이 너무도 허접하다. 허접함을 넘어 아무런 감동도 느낌도 없는 또 하나의 애물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해남군은 64억원을 들여 읍 연동에 땅끝순례문학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건물만 지었지 안에 무엇을 넣을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다. 당연히 땅끝순례문학관은 개관도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요즘의 관광트렌드에 대해 해남군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냥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 세금이라도 아낄 것 아닌가. 인근 강진군을 보자. 오감통을 만들고 가우도 다리도 건립하고 관광지 입장권 일부를 지역상권 이용권으로 주는 등 앞서가는 관광정책을 펴고 있다. 요즘의 관광트렌드를 읽고 있는 것이며 관광을 지역상권으로 연예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해남군은 명량대첩 전시관도 용역업체에 맡겼다. 당연히 여타 임진왜란과 관련된 전시관과 차별성이 없는 판박이 내용이 나왔다. 용역업체들이 해남의 지역정체성과 우수영 문화마을과의 연계된 주제, 명량해전의 상징성을 담을 수 있겠는가. 용역업체는 업체일 뿐이다.

2층에 있는 애니메이션은 70년대 똘이장군 수준의 영상물이다. 1층에서 만나는 4D영상물은 어린이들을 위해 전생 신 중심으로 담았다. 그런데 두 곳 영상물 모두 이순신이 울돌목에서 일자진이라는 진법으로 왜군을 격퇴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난중일기 어디를 봐도 이순신이 일자진 진법으로 명량해전을 치렀다는 이야기는 없다. 울돌목의 지형상 일자진을 펼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디고 하다.

해남군은 관광을 중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과를 보자. 관광이나 축제, 기획과 같은 전문인력이 있는가이다. 순환보직에 의해 담당공무원들이 숱하게 바뀐다. 이전 실무자가 해 놓은 일을 다음 실무자가 잇는 일, 그거 행적적인 절차를 밟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하겠는가.

전시관은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후 숱한 기획전시회 등을 마련해 살아 있는 전시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해남군은 건물 짓는 데는 그토록 열심인데 배치할 인력 고민은 없다. 해남군은 문화관광과가 왜 피룡한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고천암에 들어서는 고천암생태공원, 1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하품만 나온다.

해남군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면 미리서부터 떨리는 심정, 유독 나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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