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최순실의 막장 드라마가 온 천지를 뒤덮은 가운데 박희현 전 군수와 김효남 도의원이 불명예스러운 일로 기소되었다고 한다. 해남이 전 군수 2명과 현 군수, 도의원까지 한꺼번에 옥살이하는 진기록 고장이 될까 생각하니 안타깝고 비통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땅끝해남은 선망의 땅이다. 한 번쯤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고장이다. 태고의 순결함이 살아있는 고향 같은 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해남은 불량정치 1번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오늘날은 이미지전쟁의 시대다. 호감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경쟁력이 높게 나타난다. 때문에 각 지역들은 향기롭고 정감 있는 이미지를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장의 문화를 배태한 지역축제를 으뜸이미지로 내세우며 브랜드화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산물 시장개척에 효자노릇을 한다.
농어촌지역일수록 지역브랜드가 더 긴요하다. 지역이미지는 지역호감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지역농수특산물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오늘날 농수산물시장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는 추세다. 농수산물의 본 맛을 나타내는 쾌적한 환경에다 신뢰감과 고장의 고유한 향기가 더해지면 그만큼 경쟁력을 얻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해남은 가치의 보고인 셈이다.
태고의 순결을 땅끝해남의 대표 이미지로 삼으려 했을까? 최근 해남군은 ‘청렴 1번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세웠다. 아~ 그런데 웬 낭패란 말인가? 청렴 1번지를 주창한 군수가 청렴치 않은 일로 감옥에 가고 전현직 지역 정치인들이 그 뒤를 잇고 있으니 말이다. 지역지도자들이 국민선망 1번지라는 이미지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필자는 15년 전부터 전국 150여 개 농어촌지역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컨설팅하면서 해남을 타 지역과 비교하곤 했다. 자치자원 면에서 해남은 타 농어촌지역들보다 탁월한 조건을 지녔다. 우장춘 박사가 ‘금비가 내리는 땅’이라 할 만큼 농업의 호조건을 가졌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반도 끝 바다는 황금바다다. 유홍준 선생은 해남의 문화유산을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극찬했다. 우리는 거기에다 국민순례지 땅끝까지 가졌다. 이만큼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군민들의 자존심은 무척 상해있다. 자원이 우리보다 훨씬 부족하던 지역들이 우리를 앞질러 달리고 있다. 고장의 자원에 특색을 옷 입혀 크게 부각시키는 타 지역 사례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방자치 25년간 한 번도 제 레일 위를 달려보지 못했다. 달려가도 시원찮을 텐데 자꾸만 뒷걸음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가 문제다. 정치가 해남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해남의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타 지역이 자치를 혁신시키는 사이 우리는 낡은 정치문화에 얽매여 있었다. 해남의 경쟁력을 살리려면 해남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돈정치, 패거리정치를 극복해야 하고, 특정정당의 볼모로부터 풀려나야 한다. 문제만 던지는 정치를 주민 행복의 해법을 열어주는 정치로, 추상적인 구호 정치를 손에 잡히는 실사구시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새 자치정치는 분명 ‘-모드’로 흐르는 해남을 ‘+모드’로 바꾸어 활력시대를 열 것이다.
해남정치를 바로 세우려면 주민들이 참여의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 참여의 광장에서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해남의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해남자치발전회의에서는 100인 원탁토론을 상설화하겠다 한다. 해남의 자치토대를 바꾸기 위해서란다. 그렇다. 지역 정치지도자만 탓할 게 아니라 주민들의 자치참여의식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성경말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했다. 헌 부대는 새 술을 낭비할 뿐이다. 주민들이 자치시대에 맞는 새 정치 토대를 만들어야만 희망을 열 새 지도자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