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훈(농산어촌해남문화융합센터 소장)

해남 어르신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지난 8일 해남 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열린 ‘100인 토론, 해남군수 공백 어떻게 극복할까?’ 토론회엔 대부분 60대 이상 70대 어르신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관객 토론에서 어르신들은 자신의 소견을 쏟아냈다. 모두 해남군의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군수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너무도 진지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질타, 울분과 안타까움이 모두 묻어났다. 비록 나 또한 해남에서 태어나 해남에서 살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그러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과연 우린 어르신들처럼 지역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을까. 
정유라 부정입학 관련 뉴스가 나왔을 때, 2~30대는 분노했다. 이러려고 열심히 공부했느냐는 자괴감이 들었다는 글들이 SNS에 회자됐다. 불공정한 사회 특권을 용납할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얽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향한 분노였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초미의 사건은 젊은층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대통령의 문제가 젊은층의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렇다면 장기화되는 해남군수 공백은 우리의 삶과 무관할까. 이날 토론회 관객 대부분은 어르신들이었다. 아쉽게도 젊은층은 드물었다. 물론 낮 시간이라 참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체감하는 걱정의 정도와 우리들이 체감하는 걱정의 온도 차가 큼을 인식한 자리였다.
해남엔 청년 인구비율이 낮다. 이에 비해 노인인구는 30%에 육박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이다.
준비도 되지 않는 사회에서 진행되는 빠른 노령화는 걱정을 동반한다. 한 지역이 건강해지려면 여러 연령층이 고루 분포해야 한다.
그러나 농촌군인 해남은 그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당연히 우리가 군 행정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우린 피부로 그걸 느끼고 경험했다.
해남도 마찬가지다. 비록 정부의 정책보단 덜 영향을 미칠지라도 군행정은 지역의 미래건설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살맛 나는 지역은 젊은층을 불러 모은다. 우리가 지역의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우리가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많은 검진 과정을 거치는 것은 오진의 확률을 줄이고 제대로 된 처방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번 토론회에도 그 같은 선상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또 문제가 있는데 가만히 있기엔 너무도 답답한 군민들의 마음이 모아진 자리였을 것이다. 이미 병은 깊어졌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자리였다. 동병상련, 아픔을 같이하는 자리였기에 어르신들의 진지함이 더 뜨겁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이날 토론회는 명쾌한 답을 찾기 위한 자리가 아닌 서로가 느꼈던 마음을 모으는 자리였고 그 마음을 드러 내놓고 치료방법을 찾아가는 자리였다.
이러한 토론회가 자주 있어야 함을 느끼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역의 문제는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해남군과 군의회, 군민이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이다.
문제를 일으킨 이가 문제 해결까지 한다면 더 나을게 없겠지만 일어난 문제가 공동의 숙제로 떠올랐다면, 그건 일으킨 사람과 해결할 주최가 다름을 의미한다.
이때는 해결할 주체들 간의 숙의와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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