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건축사 정은미 소장
여성들 진출 느는 건축설계사

▲ 이제는 펜을 놓고 있으면 불안하다는 정은미 소장은 항상 펜을 쥐고 건축도면을 상상하는 작업이 즐겁다고 말한다.

“해남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고 싶어 왔습니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건축사. 그런데 해남서초 건너편에 정은미(35) 소장이 건축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35살의 아가씨, 그녀는 옛 된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그러나 옛 된 얼굴과는 달리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과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건축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그림을 곧잘 그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미술학원비를 부담하기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했다. 
이에 그녀는 고등학교 때 진로를 바꿨다. 화가가 될 수 없다면 그와 비슷한 창작 일을 하고 싶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인문계열 학교였지만 그 길로 학원에 등록해 고1 때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후 3개의 자격증을 더 취득해 대학 전공을 실내건축학과로 택했다.
그렇게 대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꿈을 이어나가던 중 우연히 듣게 된 교수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건축사로 꿈을 바꾸게 됐다.
당시 교수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말을 했다. 이에 그녀는 한 그루의 나무는 실내건축, 숲은 건축이라는 말로 이해를 했고 나무가 아닌 숲을 만들기 위해 실내건축학과에서 건축학과로 편입을 했다.
하지만 대학을 편입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남2녀 중 막내였던 정 소장에게 집안 형편과 식구들의 반대가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서 여자가 배워 뭘 하겠냐, 여자는 대학교를 보내 봐야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가정형편 또한 넉넉지 못했기에 꿈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건축학과로 편입했다.
5년 후 대학을 졸업한 정 소장은 건축사 사무소에 취직을 해 광주여대 도서관, 대학본부 설계용역, 광주북구 건강복지타운 건립 설계용역, 지죽동 동남바이오실리콘 공장 신축공사 등 굵직한 공사의 설계를 맡으며 실력을 키웠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 해남에 건축설계사무소를 개업했다.
정 소장은 “학교를 다닐 때부터 남녀 성비 차이가 심했다. 남자8:여자2일 정도로 성 불균형이 심하다 보니 고객분들도 여자 건축사라는 것에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느낀다”며 “하지만 여성적 젊은 감각과 중학교 때부터 공부해온 미술, 실내건축 등을 바탕으로 해남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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