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작물을 포기하고 새로운 품목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농가에서는 불가피하게 이뤄진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산이 급증하면서 쌀농사뿐 아니라 밭작물, 과수작물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산 가격은 수입물량에 비례해 폭락을 거듭하고 이에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품목을 전환해야 하는 실정이다.
체리, 키위, 포도, 당근, 블루베리 등이 대표적 피해 작물인데 이중 블루베리는 묘목1 그루에 2000~300원 선으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관리가 쉽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은퇴자 등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에 해남에서도 2008년 2ha에 그치던 것이 2015년 13배(26ha)로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종전 45.5%이던 관세가 연차적으로 줄어 2014년부터는 전량 무관세로 들어오면서 하향세를 걷고 있다.
체리 또한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이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키위 또한 뉴질랜드에서 2015년부터 45% 관세가 6년에 걸쳐 철폐될 위기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토종작물의 대체작물로 인기를 끌었던 작물들이 모두 수입개방의 물살에 휩쓸려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며 폐업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폐업지원금 지급을 통해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며 대체작물로의 전환과 6차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폐업농가들이 눈길을 돌린 곳은 자두·복숭아·사과·살구 등이며 특히 복숭아의 경우 2021년 복숭아 생산량은 평년보다 40%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이는 농가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각 농가들은 위기 속에서도 방법을 강구해보려 협회를 구성하고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등 자구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원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무기력한 대응, 5년 뒤를 내다볼 수 없는 시장구조 속에서 농민들 스스로 살아남기를 기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는 무엇을 심고 가꿔야 하나. 농업인들은 머리가 아프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