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해남자치발전회의 상임대표)

 현대 민주사회를 다양성의 사회라고 한다. 이런 열린사회가 되기까지 우리도 수많은 대가를 치렀다. 
지금 우리는 조금 부족하지만 주권국가에 지방자치, 그리고 언론과 종교 결사의 자유까지 가히 막힘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골지역인 해남에도 100개가 넘는 시민사회 단체가 있고 그 수는 계속 느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렇듯 다양하고 막힘이 없는 사회인데, 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다양성이 구슬이라면 그것을 꿰는 일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구슬을 꿰는 일은 누가 해야 할까. 일차적으로 선출직들이 그 역할을 맡아야하고 그 중에서도 군의 수장인 군수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면 자칫 분열과 갈등이 쌓이고 이것이 더해지면 배가 산으로 가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진대 짐짓 지금의 해남이 그런 형국인 듯하다.
너무도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분열과 갈등의 우를 다시 범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소통과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해남에는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사회성이 강한 몇몇 단체와 또 다수의 온건보수 단체들로 나뉠 수 있다. 모두 정치의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지역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일에는 대체로 소극적이고 배타적이다.
우리는 지금 해남이라는 조그마한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런데 군민들은 물론이고 지역의 언론, 단체들까지도 대부분 정부정책이나 중앙정치에 더 많은 관심이 있고 정작 우리의 일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연이은 군수의 도중하차와 장기 군수공백 문제에 있어서도 재판 중인 군수의 사퇴만을 주장할 뿐,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방지책을 비롯한 군정공백에 따른 대응책 등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촛불민심은 확실한 정권 교체와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을 외쳤다. 당연한 주장이고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적폐문제는 없는 걸까. 그들의 적폐가 해소되면 우리의 적폐도 해소되는 걸까. 아니다. 결국 모두가 우리의 몫이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다.

 지난 1월 지역 내 46개 단체가 참여한 “해남자치발전회의”가 태동됐다. 이어 새 해남 만들기 프로젝트인 “100인 토론” 첫 마당으로 군수 공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마련했다. 사회단체 연합체 성격인 발전회의 결성과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지역 내 주체 간의 불신과 갈등을 경험했다. 계층 간, 진영 간,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가히 100인 100색이고 백가쟁명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럼없이 쏟아낸다. 
쏟아내는 주장과 비판은 나름 의미가 있고 타당한 측면도 많다. 그러나 정작 그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또 자신의 주장은 강한 대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선 인색하다.   
군수 장기공백 문제를 놓고 보는 시각과 관점도 서로 다를 수 있다.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태극기 집단,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치부하면서도 그들도 사회를 구성하는 한 축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 독선과 아집은 사회를, 지역을 극한의 대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왜 구존동이(求`存同異)이고 오월동주(吳越同舟 )겠는가. 그래야만 건강한 우리 이웃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옥하사담(屋下私談), 그러나 이것을 공론의 장에서 끌어 올려야 한다. 변화는 참여가 전제돼야 현실화된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적당한 갈등은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거나 맹목적일 때 우리는 그로인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한다. 
우리는 그동안 갈등을 조정하고 걸러내는 소통과 협치 문화에 소홀했다. 
소통과 협치의 문화는 선출직, 즉 군과 의회가 앞장서야 한다. 공론의장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제를 우리끼리 풀어나가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선출직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우린 소통과 협치의 장에서 자주 만나야 한다. 모든 갈등과 문제의 해결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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