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교사

 ‘어버이 우리를 고이시고 동기들 사랑에 뭉쳐있고 기쁨과 설움도 같이하니 한 칸의 초가도 천국이라.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는 찬송가 가사의 한 대목입니다. 한 칸의 초가에 살지라도 그곳이 아름다운 까닭은 가정(家庭)이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가정이 잘되고 평화로워야 나라가 잘되고 안정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을 돌아보고 바르게 세워나가기 위해 5월의 달력엔 가정과 연관된 날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사람이 마땅히 간직해야 할 정과 기본적인 도리를 가르치고 고양시키고 되새기자는 의미가 있는 날들이죠. 
하나 House는 있어도 Home은 없다는 말이 생소하지 않고 흐트러진 가정이 부쩍 많아진 요즈음입니다. 노인 학대 경험자 전 노인 인구의 9.9%, 학대받는 노인 신고 10년 새 2배 증가, 황혼 이혼 비율 증가세, ‘2016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의 평균 혼인지속기간은 14.7년, 아동 학대의 증가, 호화로운 집(House)은 많아지는데 가정(Home)이 깨어지는 소리들입니다. TV나 매스컴에서는 시청률과 흥행을 위해서 불륜, 가정불화와 파탄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흥미를 끄는 세태(世態)입니다.

 연휴에 아들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몸속을 타고 흐르는 피 한 방울 한 방울마다 부모의 흔적이 섞여 있는 관계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입니다. 피는 곧 생명이고 보면 자녀는 부모의 생명을 나눠 가진 존재이며 그 피가 ‘정(情)’이라는 다리를 놓고 인간의 힘으로 나눌 수 없음에 이를 살붙이라 합니다. 
살붙이인 자녀는 부모의 피만 이어받은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삶의 모습, 행동하는 모습을 닮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살붙이’라는 말은 분신이라는 또 다른 의미일 것이기에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합니다.
아들이 어렸을 적 일입니다.
저에게는 밥을 쩝쩝거리며 먹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는 밥을 참 맛있게 먹어요. 나도 아빠처럼 먹어야지.”
그때부터 시작된 아들의 밥 먹는 버릇은 꼭 저를 빼닮았습니다.
아들이 성인이 된 어느 날, 함께 밥을 먹다가 아들이 ‘쩝쩝’거리는 소리가 여간 귀에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여보, 저 녀석 되게 시끄럽게 먹네.”
“그게 바로 당신 모습이에요.”
아들의 모습은 작은 것 하나라도 피가 흐르듯 저로부터 흘러내린 것임을 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러시아의 교육자인 비고스키의 말입니다.
「부모의 행동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지도했다고 해서 자녀를 교육시켰다고 착각하지 마라. 생활의 매 순간 심지어 부모가 집에 있지 않을 때도 자녀는 교육을 받고 있다. 부모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하며 즐거움과 불쾌감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 어떻게 웃고 어떤 책을 읽는지가 모두 자녀에게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자녀는 소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올곧은 성인으로 키워내야 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자녀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언젠가는 손님처럼 떠나보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품 안의 자식’일 때 자녀를 올바로 키워내어 책임 있는 성인으로 내보낼 때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게 될 것이고 자신이 받은 교육을 대물림할 것이며 나아가 아름답고 균형 있는 가정이 정립되어 나가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가정은 부모의 모습과 관심에서 만들어져 갑니다.
아름다운 가정 그곳이 바로 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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