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공무원의 결제공문에는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 있다고 한다. 주민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했는지, 그들의 의견이 얼마큼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자료가 반드시 첨부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에겐 다소 귀찮은 과정일 수도 있다. 행정 내 자체회의를 거친 사안들이 주민들의 의견 방향에 따라 변화해야 하고 또 바쁜 일정을 쪼개 주민과의 끊임없는 교류가 이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거듭되다 보면 주민들 스스로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겨나고 공직사회 또한 다양한 의견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 용역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일찍부터 주민과 행정사이를 좁혀 나가기 시작한 영국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세세한 부분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영국 뉴캐슬에서 도서관을 지을 때 이야기다.
먼저 큰 틀의 건물 구조를 완성한 뒤 도서관 안에 들어올 가구를 먼저 전시해 사람들에게 써보게 하는 행사를 가졌다. 3일 동안 4000여명의 주민들이 오가면서 가구를 둘러본 뒤 좋아하는 가구와 좋지 않은 가구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했다. 가구를 사는 데 참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상세한 의견을 모으기 위한 행사였다. 우리는 어떠한가. 조달청 사이트를 방문, 가구를 둘러본 뒤 상급자의 마음에 들만한 가구를 선택한 뒤 결재만 받으면 되는 구조이다.
뉴캐슬 도서관은 설계에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많은 수정을 거쳤다. 주로 다양한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붐비지 않도록 최대한으로 공간을 확보해 달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최종설계에 반영됐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면 사람들은 건물에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역설하면 가장 많이 이용할 주민들이 주체가 돼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공무원도 주민이고 용역사업체도 주민이다. 하지만 옆집 할매도, 학교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도, 산책하는 아줌마도 해남의 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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