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호(해남군행정동우회 회장)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이 시작되고 관행과 행태까지 바뀌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하는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대선 직후이기도 하지만, 통합과 소통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으려 함이리라.
각설하고 오늘날 모든 지자체들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엔 늘 공직자들이 있다. 때문에 진취적이고 깨어있는 공무원들이야말로 우리에겐 큰 보배가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무원 출신이다. 60년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이 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기까지 열심히 했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 공직자들은 국가와 지역발전의 큰 동력이고 묵묵히 그 소임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필자가 속한 해남자치발전회의와 해남우리신문이 공동으로 ‘해남 활력과 공직문화’를 주제로 군민 토론회를 개최한바 있다. 토론회에서 예시된 수원시의 시민위주 행정사례는 우리 모두를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이끌었다.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시민기획단이 구성됐고, 기획단에는 중·고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시민들을 참여 시킨 것과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면서 직접 어린이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만든 것, 시민 500인 원탁회의를 운영하고 이들을 통해 주민들의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회의에서 채택된 것은 시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것, 특히 모든 공무원들의 결재 문서에는 주민의견 수렴내용이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는 대목은 지금 우리네 사정하고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간부회의는 격의 없는 토론으로 하는가 하면, 조직 내에 여러 연구팀 운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두고 시민교육에도 공을 들이면서, 작은 어린이 도서관들을 지어 미래에 대비하는 것들도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야말로 ‘행정은 행정이 판단해 주민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게 행정’이라는 행정의 기본 이념을 잘 실천하고 있다 하겠다.
여기서 잠시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한 우리군의 사례 한 가지를 말하자면 그동안 필자가 속한단체에서 몇 차례 정책제안을 해 보았지만 제안 내용에 대한 대화(토론)나 세부 의견 청취 같은 것은 없고, 그냥 간단한 서면답변으로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그 결정도 다분히 주관적이고 부정적이었다고 기억한다. 군에선, 해마다 군민의견을 공모하고 있지만 사정이 이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또 한 가지, 군청 내부 제안모집과 관련해 어느 후배 공무원의 부정적 평가 또한 맘에 걸린다. 여기서도 제안자와 심사자 간에 토론절차나 외부인사 참여 같은 것 없이 자체 서면 심사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는 걸 보면 우리군의 정책개발이나 아이디어 발굴 시스템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재직 때 대저 그랬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우물 안 개구리나 근시안이었음을 나와서야 알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험담을 후배들한테 말해줘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귀찮은 간섭으로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해 안타깝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현대사회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고 그 속에 갈등해소도 시너지 효과도 그것이 곧 협치고 소통이고 거버넌스다. 따라서 이제 우리 공직자들도 늘 유기적이고 깨어있는 자세로 동료와 군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의 순서로 말한다면 일상적인 일보다 먼저 관념 즉 의식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부연하면 어느 정책을 발굴하고 무슨 발전 전략을 짜는 생각에 앞서, 선진 단체의 사례에서처럼 그 일의 시작과 과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떻게 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일 모델인가에 대해 깊은 성찰이 먼저라는 것인데, 그 답은 앞에 이미 나와 있다. 
쉽지는 않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레 어려워할 필요도 없다. 또 어떤 이는 오랜 관행과 타성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겠냐고도 한다. 그러나 세상만사 마음먹기 달렸다고도 하지 않는가. 
또 이일이야말로 새로 개척하는 일도 아니고 남들도 하는데 우린 못할소냐로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또 이일은, 제도가 아닌 운영의 문제이고 무슨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한가지 조직문화 변화의 차폐를 말한다면 의당 위로부터의 앞섬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작은 것 같지만 소통으로 이어지는 이런 기본적인 조직문화의 변혁이고 이런 변화 없이는 해남의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결국 소통과 협치가 정답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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