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남다른 눈으로 보는 버릇이 여전한 것은 반생(半生)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살아온 직업의식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초등학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을 만났다. 어른 몇 사람과 키 큰 학생들 몇몇이 무단 횡단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행동이 대견해 보였다.
“신호 기다리니? 착하네.” 
“우리는 지키는데 어른들이 안 지켜요.”
아이들의 눈은 예리하다. 
우리나라는 엄청난 교육열에 반해 인성교육 부재시대라고 할 만큼 도덕성이나 공공의식이 허물어지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회, 상식이 식어 가는 사회로 변모되고 있다. 도덕성이야 어찌 되었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출세지상주의,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하기야 요즘 벼슬자리에 앉아보겠다고 얼굴을 내미는 이들, 곧 본이 돼야 할 이들의 면면(面面)을 보면 일반인들보다 깨끗하게 생각되는 이들이 드물고 법을 어기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다반사지 않던가? 또, 눈만 뜨면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매스컴을 통해 거울처럼 비치는 세상이라서 그까짓 횡단보도 신호등 하나 지키지 않은 것이 별일이겠는가? 하지만 신호등을 지키는 별것도 아닌 행동이 사회 성숙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보이는 교육 자료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50달러가 들어있는 지갑을 떨어뜨려 놓고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관찰했다. 놀랍게도 120개의 지갑 중 80개의 지갑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연구진이 “왜 지갑을 그대로 가져 왔나요?” 묻는 대답에 “어릴 적 부모님에게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자녀가 부모의 거울이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는 실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김유미 님은「뇌를 알면 아이가 보인다」라는 저서에서 거울 뉴런(Mirror neuron)의 존재를 설명한다. 거울 뉴런이란 내가 어떤 일을 직접 수행할 때와 내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고만 있을 때 동일한 반응을 한다는 것.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우리 뇌의 ‘같이 느끼고 따라 하기’를 가능케 만들어주는 뉴런, 즉 세포라고 한다.
거울 뉴런의 이론에 비춰 요즘 세대를 들여다보자. 
요즘 청소년 문제를 보고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의 문제는 바로 기성세대들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로 살지 않는 기성세대가 자식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올바로 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린스턴대 사회심리학자 교수인 제임스 볼드윈은 말했다.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고
조훈현 님은 ‘매너는 가르칠 수 있어도 인품은 못 가르친다. 인성, 인품, 인격은 그냥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자녀들이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다.’고 한다, 
인성이나 도덕성은 장기간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다. 따라서 마음공부를 할 본보기가 없을 때는 이론만의 인성교육은 무가치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너는 저렇게 해라’ 식의 ‘바담 풍 교육’은 인성교육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말이다.
혹이나 아이들의 마음속에 이런 말이 웅크리고 있을는지 아는가?
‘어른들이나 잘하세요!’
그렇다. 어른들이 신호등 하나를 잘 지키는 것이 인성교육의 출발점이다. 인성교육의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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