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감사)

 2014년 9월30일 신안군 홍도 앞바다에서 171t급 유람선이 전복됐다. 이 배에는 109명이 타고 있었는데 사고 16분 만에 전원 구조됐다. 해경 구조선이 현장에 오기도 전에 어선, 유람선 등 10여 척의 민간인 배가 구조한 것이다. 
이로부터 5개월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홍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유람선보다 40배나 큰 여객선이 침몰해 304명이 사망하거나 미수습 됐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200여 척이 구조하려 몰려들었지만 아무런 손을 써보지 못한 채 수장되고 말았다.
위 두 사건의 차이는 뭘까? 세월호 사건 때는 엄청난 구조장비와 고도로 훈련된 정부조직이 개입했지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하지만 홍도 유람선 사건 때는 구조장비가 거의 없고, 구조 기술이 전무한 민간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정부가 개입하면 할수록 구조가 더디거나 잘 안 되는 건 공공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월호 사건 때 진도군수나 전남도지사가 구조 권한을 가졌다면 홍도 유람선 사건처럼 매우 신속하게 구조했을 것이다.
2015년 11월 광주의 심장부인 4만여 평의 옛 전남도청 터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세워졌다. 
처음엔 문화수도 사업으로, 그다음엔 문화중심도시 사업으로 불리다 지금의 아시아문화전당으로 자리매김 됐다. 사업 규모나 내건 의미를 보면 광주를 대표하는 얼굴 사업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개관 3년째인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광주의 대다수 문화 예술인들과 무관한 공간이고, 광주정신이나 광주전통과도 맥이 통하지 않은 문화적 독도가 돼 버렸다. 광주시민들의 부풀었던 기대가 사그라지고 광주의 얼굴이라 자랑하는 시민들도 찾기 힘들다. 
만약 아시아문화전당이 중앙정부가 아닌 광주시 주도로 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먼저 광주의 문화정체성 찾기에 나섰을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역사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호남문화의 교류지 내지는 호남문화 융합도시라는 특색을 도출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호남문화가 교류하고, 숨 쉬는 문화스펀지 도시를 초점으로 삼고 아시아, 세계 도시들 문화교류의 장으로 컨셉 지었을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폐쇄됐다. 문 연 지 10년 만이었다. 남쪽의 기술과 자본을, 북쪽의 건강한 노동력을 조합시키는 야심 찬 모델이었다. 남북이 상생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창출하려는 이 모델은 한반도 통일의 지렛대로 발전하리라 기대를 모았다. 
개성공단이 문 닫기까지 124개의 남쪽기업이 입주했고, 5만 명의 북쪽 노동자가 일했다. 하지만 이런 야심 찬 모델이 남북 대립 때문에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만약 개성공단을 중앙정부가 아닌 경기도가 주도했다면 어떠했을까? 지방자치단체는 정치적 조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남북 대립 등 정치적 이유로 폐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앙정부는 공단운영 그 자체에 치중하지만 지방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교류의 종잣돈 삼아 여타 경제교류는 물론 문화, 환경 등 전방위로 교류의 물꼬를 트게 된다. 개성공단에 경기도의 특색을 반영해 지역산업과 연동되는 쪽으로 지평을 열어갔을 것이다. 
더불어 경기도의 이런 모델은 여타지역으로 확산돼 남북 지역사회들이 교류의 중심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위 세 가지 예에서 보듯 이젠 지역사회와 지방분권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지방분권 국가가 되면 책임과 권한이 비례하고, 선 조치 후 보완이라는 보충성의 원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세월호, 메르스 같은 허황한 사건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지방분권 국가가 되면 지역이 자기다움을 토대로 자기다움과 어울리게 개발하기 때문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같은 황당한 사업이 없어질 것이다. 지방분권국가에서는 지역들이 자기 이해와 자기다움을 토대로 교류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같은 부실교류는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방분권개헌의 성사는 지역민들의 필요의식 정도에 달려있다. 지역민들이, 지방분권이 고독사와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명약이고, 더 안전하고, 더 윤택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란 걸 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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