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욱 하 (수필가·재경향우)

계속되는 불볕더위와 함께 초중고생들까지도 방학을 맞아 여름휴가도 절정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바닷가 피서지도 아닌 도심에서, 뒤에서 보면 마치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평상복을 입은 젊은 여성을 가끔 볼 수 있다. 
물론 더위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온이 섭씨 34~35도쯤 되면 벗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피부 보호를 위해 엷은 천으로 된 옷을 입을 것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일부 젊은 여성들이 과다노출을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다면 잘못이요, 착각이다. 
과다노출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요즘 인기 절정의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 한병철 교수의 「아름다움의 구원」에 천착할 필요가 있음을 권하고 싶다.
현지의 한 언론은 한병철 교수의 「아름다움의 구원」을 “미가 경배의 대상이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를 위한 생산물, 즉 세속화의 과정을 잘 표현하였다”고 예찬하고 있다. 
한병철 교수는 “미는 은신처다”, “미에는 은폐가 본질적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투명성은 미와 화합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미는 본질적으로 폭로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롤랑바르트의 말을 인용해 은폐가 에로틱의 본질에 속한다고 보았다. “옷의 틈이 벌어진 곳에서”, “두 가지 옷(바지와 블라우스) 사이로, 혹은 옷이 양쪽으로 갈라진 틈(반쯤 벌어진 셔츠나 장갑 혹은 소매)을 통해 피부가 빛나는 지점이 몸의 에로틱한 지점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완전히 벗어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과정에서 살짝 드러남이 아름다움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더위를 핑계로 지나친 노출은 미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 오히려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결론은 사람은 자연(더위)과 맞서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피해 가는 길이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피서! 그렇다. 우리 선조들의 오랜 전통방식이 피서다. 피서는 각자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독서를 제1위로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을 읽다 보면 더위를 잊을 수 있고, 마음에 든 문장 한 줄이나 시구 하나 발견하면 나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행복이나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주의 무더위를 한병철 교수의「피로사회」,「타자의 추방」, 「아름다움의 구원」으로 거뜬하게 피했다. 
특히「피로사회」에서는 성과주의 즉 자기 착취가 가져오는 이런저런 모습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읽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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