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교사)

 8월29일 오후 6시30분에 ‘해남읍지 집필위원 중간 점검 모임’을 가졌다. 학교에서 송별회가 있었지만 더 중요한 선택을 했다.
집필자가 이제까지 작업해 온 내용을 설명하면 원로 어르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구두로 보충해 주고 질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집필하고 있는 부분 역시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대부터 기술을 시작해야 하기에 누군가의 고증이나 역사적 사료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설사 구두로 도움을 주더라도 말의 한계와 체계성이 없기에 말하는 것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말은 순간이지만 문자는 영원하며 말은 쉬워도 말을 문장화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별개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 교회 역사를 집필 중이다. 작업 과정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교회의 태동기 역사다. 교회 초기 역사는 60년 전의 일이기에 적어도 70세 이상인 분들의 기억을 토대로 한다. 설사 고증이 있다 하더라도 오래전의 일이기에 사람마다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이럴 때 필자는 역사적 판단과 이성적 판단을 조화롭게 선택해야 한다. 
기록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우리 교회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중앙교회 김대용 목사님, 이천재 장로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퍼즐을 맞추듯이 맞춰나가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 교회의 역사의 퍼즐들이 나의 머리에 맞춰져 나가고 있고 그것을 문자화하고 있다. 내 능력의 한계를 내가 알기에 오류가 없기를,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랄 뿐이다. 
왜 역사를 기록하는가?
그건 지나간 시대를 조명함으로 현재의 뿌리를 찾고 나중을 계획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史官의 기록으로 인해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프리카는 구전 전통을 중시하는 대륙이다. 많은 역사적 자료들이 문자 기록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프리카인의 구전 전통은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보물단지란다. 그래서 아프리카에는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암송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집단 기억’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그리오(griots)’, 말리에서는 ‘디엘리(dieli)’라고 부른다. 
편집회의는 힘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중 내가 집필자로 선택되었고 나의 기록은 앞으로 영원히 책으로 남을 것이며 후세들에게 전 세대를 증언할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교회 역사 역시 그렇다. 
이 세대가 지나면 묻혀버릴, 근원을 모을 과거를 살려내어 이야기로 만들고 결국 그 이야기는 나중까지 흘러갈 것이다. 
이런 숭고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붙든다.
이런 기록을 살려냄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역사를 품은 사람들 곧 ‘그리오’나 ‘디엘리’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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