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감사)

문재인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의지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개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또 이번 개헌에 지난해 전국을 달군 촛불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려면 지방분권개헌이 이에 부응하는 개헌방식의 답이다. 이에 본지는 박상일 의장의 지방분권개헌 특별칼럼을 3회 싣는다. 
①왜 지방분권 개헌인가? 
②지방분권 개헌에 무엇이 담겨야 할까? 
③우리는 지방분권시대를 어떻게 맞이할까?를 연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을 결혼시켰다. 아버지가 아들을 결혼시키면 응당 분가시킨다. 아들이 부모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살림을 하도록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들을 결혼시키고도 아들의 살림을 시시콜콜 간섭한다면 어떻게 될까? 심지어 아버지가 가족들이 함께 번 돈을 분가한 아들에게 버스비, 기름값, 쌀값, 반찬값 등 쓰임새를 정해 나눠준다면 어떻겠는가?
지금 우리 지방자치가 꼭 이 모양이다. 중앙정부가 돈과 결정권을 틀어쥐고 있다. 나랏돈 80%를 중앙정부가 쥐고서 지방정부에 나눠주는 대부분 돈에 쓰임새를 정해주고 꼬리표를 달아준다. 
해남군에 내려온 돈 95%가량이 이 꼬리표 돈이다. 그러니 해남 특성에 맞는 정책과 살림살이를 할 수 없고, 군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게 돼 있다. 
심지어 중앙정부가 생색내는 사업에 해남군 더러 돈을 대라 하기도 한다. 게다가 해남군 특성을 살리려 해도 중앙정부의 간섭망에 걸리고, 해남방식의 조례를 만들려 해도 상위법망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니 지방자치가 주민들 삶의 질과 겉돌고, 아까운 공공재정이 눈먼 돈이 돼가는 것이다.
선진외국들의 지방자치 발전사를 보면 반드시 보충성의 원칙을 준용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먼저 권한을 주고, 그 후에 나타나는 문제는 사후에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중앙관료들은 늘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재정권과 결정권을 주면 지역들이 돈을 낭비하고 재산을 탕진할 우려가 크다고. 아들을 자신의 그늘에 가두어 기득권을 누리려는 못된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 
지방분권은 20세기 이후 전 세계 선진국들에 화두로 등장한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앙집권체제를 통한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사회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용했지만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시대엔 오히려 사회발전의 발목을 잡는 폐해로 나타났다.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소비를 지향했던 포드주의적 경제체제가 실패하고, 국가의 개입이 재정위기, 효율성의 위기를 낳게 되자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가를 사회복지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겼던 내셔널미니멈 (national minimum)이 실패로 드러나자 더 이상 낡은 국가체제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달했다. 
이렇듯 선진국들의 지방분권은 정부실패와 시장실패의 대안모색이자 중앙정부의 짐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일로서 지방분산이라는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선진외국과 다른 면이 많다. 중앙권력이 재정과 권한을 틀어쥔 채 자원배분권을 가지고 지역을 다스려 왔다. 
이 과정에서 중앙권력은 지역의 생활양식을 무참히 짓밟았고 지역의 생존 기반마저 무너뜨렸다. 지역문화를 소멸시키고, 지역인적자원을 빼가고, 지역산업의 싹을 말려갔다. 
경제는 어떤가? 재벌과 대기업에 의존한 경제체제에서 한 땐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에 도취되기도 했지만 IMF를 겪으면서 허망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재벌들이 나랏돈을 문어발식으로 세를 불리는 데 쓰고, 내부거래로 분식회계를 일삼으면서 거품경제의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때문에 지방분권이 미래 민주주의 자산인 지방자치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로 통하는 혁신경제를 세우고, 따뜻한 복지의 밑불이 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앙기득세력은 이런 사회변화를 역행하기 일쑤다. 최근 개헌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들은 오직 자신들 밥상을 챙기려 한다. 
국회의원들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건 대통령과 중앙정부 권한을 그들에게 돌리겠다는 속셈이다. 
필자는 15년여 지방분권운동을 해 왔다. 하지만 늘 한계에 봉착했다. 재정, 권한 등 중앙과 지역 간 불균형된 구조를 바꾸려면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래서 7년째 지방분권 개헌운동에 몸담게 됐다. 헌법은 국민행복을 담을 그릇이다. 때문에 새 헌법이 국민행복표가 되려면 지방분권형 헌법이 돼야 한다. 
그것이 촛불정신에 부합하는 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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