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일(지방분권시대 지역 살리기 저자)

 중앙집권시대가 지방분권시대로 바뀌면 실로 엄청난 변화가 일게 된다. 지방분권시대는 기존의 국가의 기틀을 크게 바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런 변화를 해남군의 관점에서 예측해 보자.
비유하자면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입맛에 맞은 밥상을 받지 못했다. 중앙정부가 아침에 자장면을 먹으라 하면 먹어야 했고,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 상에 돼지갈비를 올리라 하면 그리했다. 중앙정부가 우리 밥상메뉴를 정해 요리해 주면 우리 군수는 그걸 받아다가 군민들에게 배달해 줬다. 그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든 말든 많이 타오면 능력 있는 군수라 했다. 
지방분권시대엔 해남으로 음식값이 포괄적으로 오게 된다. 그러면 이 돈으로 우리 입맛에 맞는 메뉴를 정하고 그에 맞는 밥상을 차리게 된다. 
지방분권시대가 오면 많은 분야의 개념이 바뀐다.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경제개념이 바뀐다. 그간은 GDP(국민총생산)가 경제지표의 중심을 이뤘지만 앞으론 GNH(국민행복지수) 중심으로 바뀐다. 사람중심 경제 쪽으로 눈을 돌려 해남 안으로 자원과 돈이 도는 순환경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경제주체와 자원들이 +모드로 결합하는 융·복합형 경제전략을 통해 해남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이다.
문화개념이 바뀐다. 그간의 해남의 뿌리와 무관한 중앙문화의 아류가 판쳤다. 그러나 앞으론 해남 문화판이 해남의 전통과 민생에 부합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해남다움의 문화가 해남의 얼굴이 되고 주민참여의 문화가 해남자치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때문에 문화는 해남혁신의 견인차로, 자치발전의 효자로 부상할 것이다. 
복지개념이 바뀐다. 그간의 복지는 중앙에서 주는 자원을 기계적으로 받아쓰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론 해남에 맞는 해남형 복지를 창안하게 된다. 읍면이 따뜻한 복지를 일으키는 복지허브로 재탄생할 것이다. 공공의 가치를 품은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복지형 일자리로 떠오를 것이다.
인적자원 개념이 바뀐다. 그간은 중앙무대에서 출세한 사람을 인재라 했지만 앞으론 해남에서 살면서 해남을 혁신시킬 사람을 인재로 여겨줄 것이다. 인구도 해남의 정주 인구만이 아니라 해남을 좋아하고, 해남을 자주 방문하고, 해남농산물을 즐겨 사주는 관계인구의 확장 쪽으로 눈 돌릴 것이다.
군의회가 바뀐다. 지금까지 군의회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해남군 예산서엔 중앙의 꼬리표 투성이였다. 지역실정에 맞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려 해도 중앙에서 오는 돈을 깎아 버리는 결과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군수가 자원배분을 독점하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기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해남으로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군의회가 그 씀씀이를 따지기 마련이고, 살림살이 하나하나도 놓칠 수 없게 된다. 본회의장 방청석에 주민들이 들어차고, 주민들이 회기 안건 하나하나를 눈여겨볼 것이다.   
공직사회가 바뀐다. 그간 군행정은 중앙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게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공직사회엔 수직문화가 만연했다. 해남에서 새로운 일거리가 나타나도 중앙의 지침보다 후순위였다. 그러나 앞으론 주민에 대한 뒷바라지 행정이 대세를 이루어 민원지뢰밭으로 여기던 주민이 참여와 협치의 대상으로 보일 것이다. 
지방분권시대에는 군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은 군수가 잘못 해도 중앙정부가 내려준 정책이 그 흠을 가려줬다. 
하지만 앞으론 지역으로 권한과 돈을 준 만큼 책임이 비례하기 때문에 군수의 역량에 의해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다. 지방분권시대 군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지휘자가 단원 한 사람 한 사람 연주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듯 군수는 해남의 자원과 군민역량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지방분권시대는 준비한 지역에 번영의 기회를 준다. 시대 조류를 읽고 새 패러다임에 맞는 꿈을 꾸는 지역과 과거 관습에 젖어 있는 지역 간 우열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해남은 그간 잘나가는 시군보다 10년 뒤졌다. 지방분권시대엔 지역 창의역량이 지역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해남에 대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까?
그간 2회 동안 왜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한지, 지방분권 개헌에 무엇이 담겨야 할지 살펴보았다. 이번엔 지방분권시대가 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를 살펴보자.
지방분권시대가 오면 중앙의 돈과 권한을 지역 토호세력 입에다 넣어주지 않을까, 지방분권이 중앙에서 오는 돈을 줄게 만들지 않을까 의문을 표한다. 
중앙의 꼬리표가 없어지면 주민참여와 감시와 견제기능이 활성화돼 토호세력의 준동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지방분권이 되면 중앙이 국민세금의 80% 가져가던 걸 60% 이하로 낮추어 지방정부로 돌려주게 되기 때문에 해남의 살림은 훨씬 좋아지기 마련이다. 
군민의 꿈을 담은 해남비전을 세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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