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상 금(전 서울시의원)

 내가 회사생활을 하던 40~50여 년 전만해도 달력의 빨간 글씨(법정공휴일)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행복했다. 
당시는 격주휴무가 많았기에 주 5일 근무는 북유럽의 스웨덴 같은 선진복지국가의 사회보장제도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러던 금년 추석은 임시공휴일 하루를 더해 열흘을 내리 쉰다니 꿈같은 얘기다. 물론 공무원과 공기업 그리고 대기업 중심이라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까지 해당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놀랍고 기쁜 일이며 살만한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금년에는 극심했던 봄 가뭄에 불볕더위, 또 국지성 폭우에 가을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고 농부들은 많은 염려를 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으며 윤달 때문에 늦어진 추석에는 햅쌀뿐만 아니라 햇과일로 풍성한 차례상을 차릴 수 있게 됐다. 
나는 추석을 맞을 때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날만 같아라” 하시던 옛 어른들의 말씀을 요즘 아이들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할까 궁금해 진다. 또 차례상에  진설할 햅쌀이 없어 풋 나락을 베어 만든 찐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사다 주신 새 운동화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 며칠을 바라보다 추석날 아침에야 꺼내 신고 부모님 따라 성묘 가던 길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고 행복하다. 비록 넉넉하지 못해도 추석 명절만큼은 온 가족과 국민 모두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맞이했다. 
이번 열흘간의 연휴기간 전국 각지의 출향 향우들이 며칠만이라도 고향 나들이에 할애하면 어떨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관광이나 휴가보다 한 계단 아래의 이웃집 나들이 수준으로 고향을 다녀가면, 성묘 일손 돕기, 햅쌀과 햇과일까지 일석삼조가 되지 않을까. 
아울러 독일의 한병철 철학교수가 지적하는 성과사회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자기착취의 피로사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깊은 심심함>에 흠뻑 젖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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