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기념, 55년만의 만남
해남중 19회 동문들 한자리

 

▲ 해남중 19회 졸업생들이 고희기념 동문모임을 갖고 제2의 졸업앨범을 촬영했다.

 나이 70, 자꾸 추억이 아른거리는 나이일까. 고희를 맞은 해남중 19회 동문들이 55년 만에 만났다. 까까머리, 단발머리에는 세월의 서리가 앉았고 촐랑댔던 그때의 모습은 손자손녀들이 대신하게 된 삶, 그 추억을 더듬고자 미국 시카고에서도, 서울에서도, 광주에서도 해남을 찾아왔다.
해남중 19회 졸업생은 모두 360여 명, 55년 만에 친구 찾기를 통해 파악된 친구는 140명, 이 중 65명이 이날 참석했다. 55년만의 재회, 해남에 거주하는 동문들의 일상이 바빠졌다. 해남YMCA유치원 재학 때 사진과 해남중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 등을 모으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부터 문화행사 준비, 숙소 마련 등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전국성 동문은 올 초부터 바빴다. 고희 기념 동문 만남을 위해 곳곳을 수소문하며 친구 찾기에 나섰고 140여 명의 주소가 파악되자 이를 책자로 엮었다. 책자와 함께 동문회 참석 일자를 알리는 우편작업, 고향의 향수가 담긴 해남고구마도 함께 보내자는 안이 제기됐다.
김만중, 문수만, 문호길, 민경제, 민주홍, 유현종, 전국성, 정요수, 천한수, 박종욱, 오수형, 김상실, 김상준 동문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해남고구마를 전국 각지의 동문들에게 우편물과 함께 배달했다.
전국 각지의 친구들이 모이던 날, 모두가 옛 모습 찾기에 바쁘다. 이름을 먼저 확인한 후에야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는 만남, 되살아나는 모습에 이어 각자에게 각인된 상대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이날 친구들은 해남친구들이 제작한 추억의 영상을 감상하고 다음 날 모교인 해남중도 둘러봤다. 이번 만남에서 박종욱 동문은 아픈 친구들이 있으면 전해달라며 170만원을 기탁했다.
해남에 거주하는 동문들은 치매와 뇌졸중을 앓고 있는 친구 2명에게 이를 전달한단다.
박종욱 동문은 부산수산대를 졸업한 후 선장으로 오랫동안 세계바다를 누볐고 지금은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동문들은 다음 모임을 기약하지 않았다. 다만 건강한 모습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 또 만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한 채 헤어졌다. 
이번 모임을 위해 노력한 전국성 동문은 다음에 또 만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말한다. 모임을 추진하는 것도 벅차지만 혹여 오늘 모인 친구 중 아프거나 먼저 떠난 이가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먼저 들어서였단다.
해남중 19회 동문들, 55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찾아온 추억 앞에 그들은 까까머리, 단발머리 중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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