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출신 향토가수 송영훈씨
행사 철에는 무대 위에서, 김 수확시기에는 배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가 있다.
김 중매인이자 향토가수로 활동 중인 송영훈(57) 씨, 김 생산이 시작된 요즘 그가 서 있는 곳은 배 위다.
구수한 목소리로 해남의 숱한 축제와 행사 무대에 오르는 가수인 그를 오늘은 김 중매인으로 만났다.
지난 13일 송지면 학가리 항구,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물김 위판장엔 많은 어선들이 몰려와 물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11시 정각 위판이 시작되기 전 송영훈 씨는 분주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김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에게서 온 문의전화다. 물김 구입은 중매인을 통해 이뤄지기에 김공장과 중매인과의 신뢰는 중요하다.
송 씨는 배 위에 가득 담긴 물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본 다음 구입가격을 적어낸다. 오늘은 물김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높게 오른 탓에 사들인 김은 없었다.
송 씨가 김중매인을 시작한 것은 7년 전이다. 매형을 따라 김 양식에 나선 때도 있었고 우후죽순 김공장이 들어설 때 직접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그는 김 중매인의 생명인 김의 품질을 구분하는 눈을 갖게 됐다.
그는 평소 트로트를 잘 부른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으며 처음 선 무대에서 큰상을 받자 가수의 꿈을 꾼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업을 뒤로할 수 없어 물김이 생산되는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는 매일 김 위판장에 나온다.
김 중매인은 공정성이 생명이라고 한다. 김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 어민도 공장도 모두가 합당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하기에 공정성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물김 위판이 끝나는 4월 말부터 10월까지 그는 지역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한다.
올해로 20년 넘게 노래를 하다 보니 전남 여기저기에서 알아주는 사람들도 많다. 또 향토가수로서 뜻깊은 자리에 재능기부하는 가수로도 유명하다. 특히 노인을 위한 무대나 촛불집회 등 길거리 공연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땅끝색소폰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자신의 앨범에 실린 ‘사랑아’라는 노래도 있지만 그가 즐겨 부르는 노래는 ‘진짜 멋쟁이’, ‘연하의 남자’, 보릿고개‘ 등 대중이 좋아하는 트로트다.
송 씨의 트로트 노래는 독특한 음색과 구수한 창법이 어울려서 한번만 들어도 귀에 꼭 박힐 정도로 이목을 끈다.
송 씨는 “노래가 좋고 무대가 좋지만 봉사나 취미활동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불러주는 자리가 있어 고맙고 또 내 노래를 흥겹게 듣고 함께 즐겨주는 관객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한다. 이어 “김 중매인으로써 나를 믿어주는 어민들과 공장 관계자 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