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달라도 우린 한마을
해남우리신문 400호 기념

▲ 천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도암면 신덕리 이강진 이장과 계곡 황죽리 김영철 이장은 둘도 없는 단짝 이장이다.

 해남 계곡면 황죽마을과 강진군 도암면 신덕마을은 황죽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갈라진 마을, 작은 다리 하나가 두 마을을 잇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마을 이장 간의 우의도 돈독하기로 소문나 있다. 
황죽마을 김영철 이장과 신덕마을 이강진 이장, 품앗이와 협업으로 동기간처럼 지내는 사이다. 두 마을은 모내기철이 되면 모심기, 여름에는 풀 솎기, 가을에는 벼 수확, 겨울에는 김장담그기 등을 함께 하며 산다. 
군은 서로 달라도 두 마을만의 풍속도 있다. 
‘우’ 하고 부르면 ‘우’하고 대답하는 ‘우 소리’ 문화가 그것이다. 산골인 두 마을은 예전에 오일장을 가면 밤늦게나 집에 도착했다. 장에 간 집안사람이 무사히 오는지 밤만 되면 마을 귀퉁이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동네 불빛이 보이면 ‘우’하고 소리를 길게 뱉었다. 그러면 기다리던 식구들도 ‘우’하고 답을 했다. 두 마을의 통신 문화였다. 

 군이 서로 달라 덕(?)을 본 적도 많다. 아궁이 불을 때던 시절 무단 벌목 단속은 무서웠다. 산감독이 뜨면 상대마을로 넘어가 단속을 피했고 밀주 단속 때도 단주를 들고 서로 간에 다리를 건넜다.
성격 좋기로 동네에서 으뜸인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도 좋다는 마을 사람들. 신앙생활도 같이하고 마을 일도 단짝 호흡이다. 
“아무리 바빠도 형님이 이것 잔 해주쇼” 하면 영락없이 일처리를 해준다는 김영철 이장의 말에 신덕리 이강진 이장은 웃음으로 넘긴다.  
행정상 경계만 다를 뿐 같은 문화와 이야깃거리를 공유하는 두 이장의 모습은 그저 정겹다. 두 마을 모두 70~80대 고령마을이고 단독 세대가 많아 걱정이 많다는 그들이다. 
애경사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세월만큼 한층 씩 겹이 쌓이는 우정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두 사람이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붙어 있으며 함께 할 거라는 그들의 어깨동무 같은 말 속에도 고민은 있다.

 지난해 계곡면에서만도 70여 명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다. 따지고 보면 마을 두 개가 없어진 것이다. 자연의 순리야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사람이 없는 휑한 마을을 생각하면 씁쓸하단다. 저 집에 숟가락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두터운 정, 군은 달라도 두 이장의 고민도 삶도 귀중하게 무르익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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