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달라도 우린 한마을
해남우리신문 400호 기념
해남 계곡면 황죽마을과 강진군 도암면 신덕마을은 황죽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갈라진 마을, 작은 다리 하나가 두 마을을 잇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마을 이장 간의 우의도 돈독하기로 소문나 있다.
황죽마을 김영철 이장과 신덕마을 이강진 이장, 품앗이와 협업으로 동기간처럼 지내는 사이다. 두 마을은 모내기철이 되면 모심기, 여름에는 풀 솎기, 가을에는 벼 수확, 겨울에는 김장담그기 등을 함께 하며 산다.
군은 서로 달라도 두 마을만의 풍속도 있다.
‘우’ 하고 부르면 ‘우’하고 대답하는 ‘우 소리’ 문화가 그것이다. 산골인 두 마을은 예전에 오일장을 가면 밤늦게나 집에 도착했다. 장에 간 집안사람이 무사히 오는지 밤만 되면 마을 귀퉁이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동네 불빛이 보이면 ‘우’하고 소리를 길게 뱉었다. 그러면 기다리던 식구들도 ‘우’하고 답을 했다. 두 마을의 통신 문화였다.
군이 서로 달라 덕(?)을 본 적도 많다. 아궁이 불을 때던 시절 무단 벌목 단속은 무서웠다. 산감독이 뜨면 상대마을로 넘어가 단속을 피했고 밀주 단속 때도 단주를 들고 서로 간에 다리를 건넜다.
성격 좋기로 동네에서 으뜸인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도 좋다는 마을 사람들. 신앙생활도 같이하고 마을 일도 단짝 호흡이다.
“아무리 바빠도 형님이 이것 잔 해주쇼” 하면 영락없이 일처리를 해준다는 김영철 이장의 말에 신덕리 이강진 이장은 웃음으로 넘긴다.
행정상 경계만 다를 뿐 같은 문화와 이야깃거리를 공유하는 두 이장의 모습은 그저 정겹다. 두 마을 모두 70~80대 고령마을이고 단독 세대가 많아 걱정이 많다는 그들이다.
애경사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세월만큼 한층 씩 겹이 쌓이는 우정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두 사람이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붙어 있으며 함께 할 거라는 그들의 어깨동무 같은 말 속에도 고민은 있다.
지난해 계곡면에서만도 70여 명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셨다. 따지고 보면 마을 두 개가 없어진 것이다. 자연의 순리야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지만, 사람이 없는 휑한 마을을 생각하면 씁쓸하단다. 저 집에 숟가락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두터운 정, 군은 달라도 두 이장의 고민도 삶도 귀중하게 무르익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