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 명 희(가족상담센터 소장)

 누구나 건강하면 대부분 신체적 건강을 떠올리기 쉽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신체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대부분이 신체적인 건강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정신적인 건강은 늘 뒷전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 몸이 아프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반대로 심리적으로 지치고 힘들면 몸이 아프다. 
신체적으로 나타난 병은 바로 병원으로 가 진찰을 받고 조치를 취한다. 반대로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는 것은 꺼린다. 혹 정신질환으로 진료 기록에 남고 자신이 정신병자 취급은 받지 않을까라는 심리적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답답하고 지치고 힘들 때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봐도 이야기를 들어 줄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말을 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생각해서 해주는 한 마디가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다. 또 자신이 이야기했던 것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돼 다시 자신에게 들려올 때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없어지고 대인관계 폭마저 좁아진다. 
점점 혼자가 돼 가는 현대인들. 그럴 때 혹자는 “네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가까이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나라고 그런 노력 안 해보았겠어?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해”라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방과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을 도와주고 싶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힘든 사람은 어떤 말을 들을 때 위로가 될까? 
이럴 때 “많이 힘들었구나!”, “견디느라 힘들었지? 고생했다”, “잘 견디어줘 고맙다”, “당신은 할 만큼 했어. 정말 수고 많이 했어”와 같은 말을 들으면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위로가 된다.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 처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연락도 하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화 한 통에 상대방은 ‘나를 잊지 않았구나’하는 마음의 위안을 얻고,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힘든 사람을 위로할 때 “힘든 일은 잊어버리고 얼른 일어서라”하는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다. 대신 힘들었던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게 들어주고 많이 힘들었겠다고 자주 말해주면 서서히 회복돼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얼마 전 상담을 받은 50대의 남자분이 “내 마음 안에 이렇게 쌓여있는 것이 많은 줄 몰랐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이 끝날 즈음 “상담받기 전에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행복한 느낌이 든다.” 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때 상담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여러 어려움을 잘 견디어 온 것을 인정해주고, 하려고 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고 지지해주면 사람들은 스스로 힘을 얻어 일어선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위로받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 스스로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수고한 것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힘든 것을 견디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00야! 사랑해, 오늘 수고했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점점 나아질 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해보자.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보살피면 내면의 힘은 강해지고 다른 사람을 통해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구는 줄어든다. 그리고 내 안에 채워진 사랑이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이롭게 사용돼진다.  
지금부터 자신을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 수고 많았다.”, “잘 견디어줘 고맙다.”고 말해 보자. 신체적인 건강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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