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희(화산 한국의원 원장)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명구가 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부왕을 살해하고 왕이 된 숙부와 또 그런 비열한 자와 결혼한 어머니, 이것을 모른 체하고 비겁하게 살기만 할 것이냐, 아니면 칼을 들고 비열한 힘에 맞서 싸우다 죽을 것인가. 
이 땅에 햄릿과 같은 심정으로 살아온 여자들이 많다. 권위와 권력, 부의 힘에 눌려 희롱과 추행, 성폭행을 당했으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 것이야, 말 것이냐를 수십 번씩 되뇌며 모멸감과 수모스러운 육체를 다독이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남성에게 술 권하는 사회가 있었다면 여성에겐 침묵을 강요하는 세계가 있었다.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오래고 긴 관습의 겨울 강의 얼음을 뚫고 침묵을 깨뜨린 용기 있는 자들이 있다. 일명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나선 여성들이다.

 국내에서도 서지현 검사의 폭로와 이윤택 감독에게 성추행당했다는 폭로를 출발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문학계의 대부를 필두로 현직 부장검사가 구속되고, 영화 연극계의 거두, 교수, 중량급의 배우들까지 거론되면서 각계각층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 남성들만의 봄날은 갔다. 인고하며 참아냈던 여성들의 모멸의 수 세기가 끝나려 하는 것이다. 진정한 문화 민주주의적인 인간의 진화가 시작하려 하는 것이다.
성폭력은 여성과 약자에게 가해지는 젠더 폭력인 동시에 권력형 범죄다. 성폭력은 사건과 사건 경과 모두에서 젠더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위, 사회적 신분, 지역, 장애 유무에 따라 달리 판단되며 특정 권력 집단의 암합에 의해 가려지고 이는 모순의 총체에 빠지기 쉽다. 
이를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렇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실을 폭로했을 때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당하는 일들이 있을 수 있고 공공연한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성폭력이 발생한 조직의 조사자들과 조직의 장은 제 식구 감싸기로 사건을 유야무야시키기에 바쁠 수 있다. 나아가 피해 당사자는 조직에서 왕따를 당할 뿐만 아니라 가정 파탄, 공황장애, 우울 등이 겹쳐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12월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자들’을 선정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한 성폭력 고발자들은 위세를 몰아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즈업(Times Up)'을 결성했다고 한다. 타임즈업 운동은 성폭력 피해와 백래시(backlash:반발)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미투운동이 보다 효과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한국식 타임즈업을 결성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미투에 나섰던 사람들이 역고소를 당해 고통을 당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더 이상 미투에 나서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성 평등 의식과 성희롱, 성적 농담, 성추행 등에 관한 교육이 절실히 이뤄져야 한다. 하루빨리 성에 대한 의식이 구태의 관습으로부터 깨어날 수 있는 학습이 시작돼야 한다. 
또한 이 운동의 중심엔 항상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한 인간의 개인적 반성의 자세가 필요하다. 
촛불혁명에 이어 문화민주주의 이념을 담은 개헌 논의가 번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민주주의의 이념과 내용을 담아야한다. 

 또한 이 땅에 확고한 문화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꽃피기 위해 내용에 앞선 실천이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관료사회에 박혀있는 눈치보기, 복지부동, 형식, 페이퍼 작업, 실적위주의 보여주기는 더 이상 안된다. 
국가 기관의 관료들이 모범이 돼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그럴 때 창의적이고 자발적 동참자가 생겨나며 보다 국격은 높아지고 사회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불이익과 위협을 무릎 쓰고 침묵을 깨뜨리는 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구례 산동의 산수유꽃 피고 있는 진정한 봄의 소리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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