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기 두(한국문인협회 회원)

올 것이 왔다
왜 이리도 빨리 찾아오는지
긴 세월 망각의 늪에서 헤엄치다가
시간도 길도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의 강물에 씻겨버린 아이디어
창 넘어 어른 됐던 총명한 시절
모든 기억들 삭힌 체 살아왔다.

논둑 밭둑 질퍽한 가시밭길
열아홉 소녀가
귀 밑머리 흰 꽃 피고
굽은 허리에 뒤뚱 걸음마
한 말 또 한 번 되새기는 망언.

가지마다 주렁주렁 익은 과거
땅에 떨어지는 순간
노을빛 여문 기억하나가
이끼 낀 머릿속을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다.

하늘도 무정할 손
서산에 지는 해의 불빛 속에 가물가물 내 형체도 
사라져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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