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천(전 교사)

 요즘 부쩍 메시지(message)를 많이 받는다. 무지렁이 같은 촌부(村夫)에게 관심을 둔 것만 해도 고맙다. 
하나 메시지 후미에 따라붙은 말은 안부를 넘어선 또 다른 뉘앙스(nuance)가 풍긴다. ‘제대로 된 해남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의례적 문자는 까놓고 말해서 도와달라는 말이다. 몇 번이나 지자체장의 불미스러운 문제로 실망이 거듭되다 보니 차라리 선거 자체가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선거는 받아놓은 밥상과 같아서 ‘어디 좋은 인물이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박노해 시인은 그의 시에서 ‘사람만이 희망’이라 했다. 만사는 사람이 사람들과 더불어 엮어가고 그려낸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기나긴 동면을 하고 있는 해남을 깨워낼 능력을 지닌 인물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몇 분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하는데 글쎄, 자질이나 능력 여부는 저울에 달아보아야 알 일이다. 
만약에 또렷한 인물이 없다면 과거처럼 당을 등에 업은 선거가 치러지게 될 것이 뻔한 일이다. 벌써부터 모 당의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 선거는 지난 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중요하다. 우리 지역의 경우 지난 공백을 메우고 도약을 해야 할 사명이 간절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이 되면 군수의 권한이 확장되기에 더더욱 역량 있는 군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 정치의 최고 지도자다. 지방정부의 중장기적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지방의 부를 늘리기 위한 마인드를 가지고 조직을 운영해야 하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원만하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재원과 권한을 배분받기 위해 치열하게 교섭해야 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행정행위 내지는 정치행위를 통해 군의 미래를 가꾸어 가는 분이기에 군수라는 자리는 참으로 중요하다.
「성경과 고대정치」의 저자 조병호 박사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권력의 공공성, 목적성, 법치성, 변동성, 계승성이라고 말한다.
차기 군수는 먼저 공공 마인드를 가진 어른스럽고 청렴(淸廉)한 인물이길 바란다. 일신의 영달보다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분이길 바란다. 
둘째는, 목적성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명정대하게 일을 추진할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셋째는, 과거 군수들과는 차별된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비전과 전략으로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길 바란다. 목표와 청사진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단체장 권한은 살리되 공감대를 유도해야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넷째, 법치(원칙)를 하되 변화와 개혁을 염두에 둔 인사 정책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천명하고 공평한 인사 정책을 펼치되 긍정적이고 비전 있는 공무원을 우대하는 경쟁 체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돌아보건대 선거철이 되면 입찬말만 풍성했다. 그 말에 속았던 지난 세월이 너무 길었다.
이번에야말로 후보자들의 이력과 능력과 삶과 지난 공약의 실천 여부 등을 청문회를 하듯 꼼꼼히 따져서 제대로 된 수장(首長)을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이상적인 바람이겠지만, 어느 당의 공천을 받았느냐보다는 인물 중심의 선거를 준비하고 치러내야만 한다.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이런 글을 보내왔다.
“해남 사람들은 손꾸락(손가락)이 문제다. 나도 세 번 찍어서 세 번 모두 그러그러했으니 나부터 손꾸락을 지져야겠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유권자들 역시 현재의 해남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성숙해야 해남군이 산다. 군민사회가 분노하고 허탈해했던 지난 시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제 남 탓하지 말자. 해남의 미래는 바로 우리 손에 달렸다. 다시는 손꾸락을 지져야 한다는 아픔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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