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희(화산 한국의원 원장)

 조선 역사의 추문 중에 세조가 있다면 짧은 대한민국 역사엔 전두환이 있다. 
세조는 아버지 세종대왕이 세워놓은 문민의 사상을 송두리째 없애버렸다.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조카를 죽이고 어진 신하들을 죽이고 말았다. 당시에는 세조가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은 두고두고 추문을 들춰낸다. 
세조 이후 조선엔 선비다운 선비, 충신다운 충신, 조정다운 조정은 사라진다. 군신들은 의와 진실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것이 아니라 한쪽 힘의 우위를 바라보며 힘센 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결국 조선은 힘없이 무너진다. 한 추문이 왕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전두환은 광주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 드센 힘을 가진 정치군인이었다. 
힘은 곧 자신이었고 법이었다. 그 힘 앞에선 모두가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 힘센 장군은 힘이 영원할 줄 알았다. 시민들을 학살하고 멀쩡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신의 힘이, 실력이 곧 진실인 줄 알았으니까. 역사도 그 발 앞에 머리를 숙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소유했던 힘이 사라지자마자 또 다른 힘이 그를 백담사에 유배시켰다. 시간은 그가 추문이었다는 것을 들춰낸 것이다. 두고두고 역사는 그를, 추문을 들춰낼 것이다. 그 자신 대한민국 가장 위대한 추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무지와 29만원, 또 다른 졸렬한 추문의 사실과 함께…. 그 뒤에도 몇 추문들이 나타난다. 자신들이 가진 힘이 진실 우위라는 물리학적 우세라고 믿고 있던 자들이다. 솔솔 풍기던 추문의 냄새가 땅속 깊은 곳을 뚫고 새어나온다. 결국 시간은 냄새의 진범인 추문을 또 들추어낸 것이다.
그럼 추문을 추문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진실이다. 늘 진실은 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에서는 북침이 진실이고 남한에서는 남침이 진실이다.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선지자들과 그 진실을 받치고 있는 힘이 사라지고 난 뒤 진실은 판명된다. 무덤 속에서건 살아 있을 때건 힘이 사라지면 진실이 아닌 것에선 썩은 냄새가 난다. 역사는 썩은 냄새를 귀신보다 더 정확히 찾아 냉정하게 발가벗긴다. 힘은 강하지만 짧고 진실은 멀지만 오래다.
지금 세계의 톱뉴스는 기승전 트럼프인데 세계정세를 보자. 미국의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힘을 쓰고 있다. 마치 지구를 통째로 들고 있는 아틀라스라도 된 것처럼 지구를 쥐락펴락 떠버리고 있다. 하지만 그를 받치고 있던 힘이 사라졌을 때 그는 추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추문들이 바다 건너 이쪽저쪽에도 곧 나타날 것이다. 

 땅끝순례문학관에도 추문의 냄새가 나고 있다. 관계부처의 문학관에 대한 식견이 짧았던 것 같다. 
정부에서 새로운 헌법을 발의했다. 바야흐로 지방정부 시대의 문을 열려 한다. 우리 해남군 역시 발맞춰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군수와 의회뿐 만이 아니다. 군민 모두가 지방정부의 높은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해남은 불행히도 거듭 추문에 휩싸였다. 지금부터는 같은 일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힘이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힘은 언제나 밝고 낮은 곳에서부터 솟아난다. 가장 낮은 곳엔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을 수 있다. 그땐 진실을 보되 자신의 힘을 멀리하길 바란다. 시간은 바로 추문을 찾아내고 사람들은 두고두고 추문을 씹어댈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자존심의 가치를 높여준다. 진실과 추문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군민 스스로의 자존심에 달려있다. 자존심은 먹거리가 아님에도 해남 군민의 배를 부르게 해줄 것이다.
차가운 봄바람에 벚꽃이 진다. 수려한 경치와 바다를 품고 있는 달마고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장비를 쓰지 않고 손으로만 이 길을 닦았던 이들의 마음과 고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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