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민 경(송지 신흥·귀농인)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해남이라는 낯선 곳에 내려온 지 올해로 4년 차가 되었다.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이 없는 나는 쑥과 국화잎도 구분 못 할 정도였으니 사실 농사에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농촌지역에는 대학 때 농활을 와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나는 남편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다. 풀을 언제 뽑아야 하는 건지 어떤 걸 뽑아야 하는지 잘 알지도 못했다. 
여유롭게 살려고 귀농을 했지만 농사일은 도시에서의 생활보다 더 여유가 없고 내게는 너무도 버거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1~2년 동안의 귀농생활은 힘들었다. 
그럴 즈음 한 지인을 따라 고사리를 따러 달마산을 갔었다. 남들은 척척 잘 따는 고사리가 내 눈에만 띄지 않았다. 보다 못한 지인이 손짓으로 가리켜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밭에서 풀을 메다가 앞산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고사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매일 매일 산을 오르며 고사리를 따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사리는 따는 게 아니라 끊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올해는 마음먹고 고사리를 끊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사리 잔해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고사리 무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편안하게 산길만 따라가면 고사리를 만나기 어렵다. 샛길로 빠져 거친 곳으로 가야 할 때도 있다.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고사리를 만나면 얼마나 행복한지! 산길 안쪽에 숨어 있다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는 나를 반긴다. 때론 누군가 이미 지나간 곳에도 숨어 있는 경우도 있고 올라갈 때는 못 봤는데 내려올 때 눈에 띄는 경우도 있다. 넘쳐나게 많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허탕일 때도 없다. 욕심을 부리고 끊고 싶지만 끊을 수도 없고 오늘은 많이 못 끊겠다 싶다가도 고사리 무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2시간을 헤매면 딱 그만큼의 고사리를 가지고 내려오니 말이다. 
우리들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인생의 목표에서 잠시 벗어나 헤맬 때도 있고 순간의 실수로 큰 시련이 눈앞에 펼쳐져 아득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어 이 시기를 어떻게 버텨나갈까 하지만 또 어느 순간에 현재는 과거가 되어있다. 
또 뜻하지 않게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로 인해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내가 욕심을 부리고 가지려 하면 잡히지 않던 것이 잊어버린 듯 살다 보니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귀농해서 5년이 고비라고 하는데 이제 그 고비는 넘은듯하다. 다시 도시로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그리고 철마다 자연에서 얻게 되는 이들과의 만남이 설렌다. 
해남으로 귀농해 처음 1~2년 새로 알아가야 할 것들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을 버티게 해준 자연이 고맙다. 그리고 이곳에서 알게 된 좋은 사람들, 그들이 나의 행운이다. 오늘 나는 송순을 따러 산에 오른다. 자연이 내게 준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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