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주여성 오윤희씨
저도 당당한 해남군민

▲ 필리핀 이주여성 로우날린 비살레씨는 해남교도소 조리원 일을 마치면 숨 돌릴 틈 없이 밭으로 달려가 농사일을 한다.

 필리핀에서 해남으로 시집온 로우날린 비살레(39) 씨의 한국 이름은 오윤희이다. 그는 해남교도소 조리원으로 근무하고 쉬는 날이면 짬짬이 농사일을 한다. 
마을 회관을 빠져 나와 교회의 첨탑이 높게 솟은 길을 에둘러 돌아가면 그가 동네 어른들에게 땅을 빌린 고추밭이 있다. 
그 사이 가수 싸이의 낙원의 노랫말이 마을회관 앞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팽나무 잎사귀에 부딪쳐 튕겼다.
‘난 너와 같은 곳을 보고, 난 너와 같이 같은 곳으로, 그곳은 천국일 거야’ 
이젠 한국 가요가 좋고, 해남 농촌살이도 재밌어졌다. 그녀는 슬하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과 막내아들이 있다. 
그녀는 요즘 “직장 다니느라 일하느라 노는 시간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고추밭 비닐을 문구용 칼로 쓱쓱 자르며 이제 막 자라난 고춧잎 싹에 숨을 틔우는 작업을 하는 와중에 웃으며 담당하는 조리원을 하기 전에 새송이버섯 공장에 다녔다. 
필리핀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백화점 근무를 하던 중 2006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온 결혼살이다. 
열심히 적응해 살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 해남여성회관에서, 다문화센터에서 그렇게 익힌 한국어를 반복하다 보니, 옆에서 보면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강의해도 될 만큼 수준급이 됐다. 
혹시 강의할 생각 없냐는 질문에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떨려요.”
오늘은 고추밭 작업이지만, 그녀는 마늘, 밤호박, 참깨 농사도 짓는다. 바쁘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싶다. 
오전 5시 반에 별 보며 출근해 오후 3시쯤에 직장일을 마치고 숨 돌릴 틈 없이 농사일을 한다. 그렇다고 농사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해서 해남 이주여성들 사이에서 소문난 중매쟁이이기도 했다.
계곡면에 사는 사촌 동생도 그가 소개한 한국 남자와과 결혼해 살림을 차렸다. 너무도 다른 문화. 그것도 농촌에 둥지를 틀었기에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한 줄의 말에 그녀의 삶이 응축돼 있다. 그래도 그녀는 당당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당차게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성공한 언니도 있다며 북일면에서 여주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이주여성을 획일적으로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라는 범위에 묶어둘 것이 아니라 이들도 해남 사회의 어엿한 주인공으로, 다부진 삶을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그녀 스스로 보여주고 있었다.    
               

 

김성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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