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보다 간드러진 노래와 춤
5일장 ‘미녀낙지언니’ 김덕례씨

▲ 해남읍장과 황산장, 우수영장을 오가며 싱싱한 생선을 판매하는 김덕례씨는 팔팔한 에너지로 5일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5일장 스타다.

 싱싱한 횟감, 찬거리 등을 사기위해 나온 주민들, 오랫만에 고향을 찾아 장 구경 나온 이들과 선거홍보를 위해 모인 후보 지지자들까지 황산장날은 그야말로 난장이다.
그 사이에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노래하는 상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트로트를 간드러지게 부르며 춤을 추는 그녀로 인해 황산장은 흥이 넘친다. 
김덕례(57) 씨는 26년째 해남읍장과 문내, 황산 그리고 진도장을 돌며 생선을 파는 어물전 낙지언니다. 그녀는 5일장 터줏대감이자 스타다. 시골상인들 말로 얼굴도 어지간히 예쁘게 생겼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오랜만에 나오셨소”하며 싱싱한 낙지를 젓가락에 감아 입에 넣어주고 점심 때가 되면 옆 상인들과 어울려 돼지고기 볶아 나눠먹고 막걸리 한사발로 마른 목을 축이며 정을 나눈다.
야채상을 펴고 장사하는 어느 할머니는 “낙지 저것을 보고 있으면 뭣이 그리 좋은가 춤추고 그랬싸니 나도 겁나게 기분이 좋아져 버려” 한다. 
그녀는 “오늘은 선거운동 땜에 장사가 안돼그만, 그래도 왔응께 말이나 들어 봐야재, 다들 더운디 얼마나 힘들겄소. 잘 뽑아서 다 잘 살어야재”하며 화통하게 웃는다.
그녀는 26년 전 남편 월급은 적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살림을 꾸려야 하기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5일장에서 야채 장사, 두부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수산물 장사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26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도 쉬지 않고 장터를 누볐다. 아이와 남편은 장터에서 생선장수하는 그녀에 대해 건강하고 밝게 사는 모습이 좋다며 많은  응원을 보낸다. 응원해주고 배려해주는 가족이 있어 그녀는 매일이 더 행복하단다.
손님이 많아 바쁠 때는 밥 먹을 시간 없이 물로 배를 채우고 다리, 허리 등 모든 삭신이 쑤시지만 지금까지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그저 좋기만 하다는 그녀다.
손님들과 같이 갑오징어 썰어먹고 내 맘대로 노래도 하고 재미나게 춤도 추며 일하니 이같이 행복한 직업 또 있을까란다.
그녀는 후보자들이 땡볕에서 연설하는 것을 보며 “저 사람들도 얼마나 고생하요. 베풀고 살아야제. 베풀고 살아야 정도 있고 다들 좋아”라고 말한다.
가끔 계모임이나 부부동반 모임을 한 뒷날은 너무 힘이 들어 쉬고 싶기도 하지만 장날만 기다리는 단골 팬들이 있어 팔딱팔딱 뛰는 생선보다 더 팔팔한 에너지로 장터에 온다. 
그녀는 65세까지만 장사를 할 것라고 말한다. 그때는 편안하니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것이란다.
5일장에 그녀가 뜨면 하루 종일 신명나는 장 분위기, 날마다 신명나는 하루를 만드는 5일장도 그녀를 응원한다.
               

 

마지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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