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석 천(전 교사)

 선거 운동이 종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유세(遊說) 차량에서 들리는 목쉰 소리, 후보자를 알리는 로고송, 평상시 보다 자주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 더위를 개의치 않고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후보자와 선거 운동원들의 종종걸음을 보며 존 던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 누구도 스스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일부분, 전체의 부분이다. 만일 흙 한 덩이가 바다에 씻겨 나가면, 유럽 대륙이 그만큼 작아질 것이고, 바다의 갑(岬)도 그럴 것이고, 당신의 친구나 당신 자신의 영지(領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줄어들게 한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개입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누군가를 보내 알려 하지 마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고. 종은 당신을 위해 울린다.」
존 던의 시는 이 세계가 마치 그물처럼 촘촘히 얽힌 유기체임을, 모든 사람은 별개가 아니라 인류의 일원으로 살고 있고, 모든 사람의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모든 부분은 전체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부분의 손실은 전체의 손실이며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조차도 나의 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므로 공동체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외 딴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존 던의 시상(詩想)에 6.13 지방선거를 대입해 생각하면 후보자들은 남이 아니라 곧 나와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有機體)다. 지방선거를 통해 선택된 인물들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된 일을 해야 하므로 꼭 필요한 인물이 뽑히면 나를 얻는 것이고 반대로 자질이 부족한 후보가 당선되면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는 후보자들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인 것이다. 
D-5. 선거가 코앞이다.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現) LG전자의 전신(前身)인 금성사에서 TV 판매를 위해 내건 슬로건이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였다. 워낙 간명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구라 요즘도 종종 광고 카피의 교범(敎範)으로 회자된다. 
우리는 군수 공백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며 순간의 선택이 4년, 아니 그 이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백화점에서 구두 한 켤레를 살 때도 상품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이리 되작, 저리 되작거리며 비교해 보지 않는가? 하물며 4년을 좌우할 인물을 선택함에 있어 이리저리 되작거림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가 우리지역을 가장 잘 이끌 인물일지 냉철하게 판단하자. 후보들의 전력(前歷)도 더듬어 보자. 군을 제대로 다스릴 행정 능력은 있는지, 지난 공백을 메워내며 해남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역량은 있는지, 공약의 현실성은 있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간관계는 어떠한지, 가지고 있는 생각(철학)은 어떠한지, 도덕적인지 혹은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까지도 세세히 살펴야 한다. 
도지사나 군수, 군의원이 밥상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한다면 교육감은 책상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여론조사 결과 박빙(薄氷)이라는 군수 선거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교육감도 지역 교육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수장이기에 엄정한 잣대로 비교하고 선택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순간의 선택, 그건 유권자의 몫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6월13일 개표 결과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 그 종소리는 곧 나를 위해 울리는 종소리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