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석 천(전 교사)

 전자계산기가 없었던 시절, 주판으로 셈을 하는 주산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엔 주산을 잘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주산에 탁월한 기능이 있으면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 취업이 유리했다. 
나도 초등학교 때 주산을 배웠다. 주판을 앞에 놓고 ‘털고 놓기를’이라는 선생님의 신호와 함께 주산이 시작된다.
‘털고 놓기를~’이라는 말은 ‘이전 것은 잊고 새로 출발’하라는 신호다. 자신의 계산이 맞았든 틀렸든 간에 ‘털고 놓기를’이라는 말이 들리면 신속히 주판알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한다. 털고 놓는 것을 미적거린다면 그만큼 시간적 손해가 따르게 된다. 계산이 끝나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주산의 법칙이다. 
6·13지방선거가 끝났다. 

 해남의 4년이 새로운 일꾼들에게 맡겨졌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최선을 다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분들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제는 털고 놓아야 할 시간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겨루기다.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이 끝나면 털고 놓아야 한다. 셈이 끝난 주판을 붙잡고 있다거나 시간이 지난 성적표를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 출발(restart)할 준비를 해야 한다.
선거 후면 우려되는 것이 선거 후유증이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던 군수 선거전은 엎치락뒤치락했던 지지율만큼이나 민심도 요동했다. 갈등과 반목, 대립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가 판가름이 난 지금, 민심은 천심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선거 과정에서 돌출된 후유증을 하루빨리 치유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동력을 모아야 할 때다. 당선자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이고 낙선자도 지역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선거 결과를 보고 나서 당선자들의 공약이 들어 있는 홍보지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소중히 스크랩해 놓는다. 앞으로 4년 동안, 공약한 내용의 실천 여부를 일일이 체크해 나가며 점수를 매길 것이다. 단언컨대 4년 후에는 성적표를 다시 내놓을 것이며 성적표에 따라 다음 표심이 결정될 것이다. 
당선자들은 군민들이 자신의 공약을 스크랩해 놓고 일일이 체크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군민들이 하나 되는 데 최선을 다하고 함께 경쟁했던 상대 후보자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정책을 군정과 의정에 반영함으로써 군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어느 당선자의 홍보물에 있는 말처럼 ‘똑 부러지게’ 일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머지않아 지방 분권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야말로 일꾼들이 일꾼다워야 하는 시대다. 지방 분권 시대에 걸맞은 패러다임(paradigm)과 콘텐츠(contents)를 미리 갖춰야만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해남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군수 당선자의 말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4년의 임기 동안에 해남의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 그간 침체되었고 타 지역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군민의 자존심을 높여주고 밥상이 풍요로워지는 해남을 세워나가기 위해 군정은 군정답고, 의회는 의회다워야 한다. 
당선자들에게 거는 군민들의 기대는 크다. 군민들은 필요한 사람을 선택했고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털고 놓기를~‘
이제 털고 놓을 시간이다. 이전 것은 지나갔다. 다음 주판셈을 위해 주판알을 가지런히 가다듬자.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해남의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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