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스타가 밀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 흔한 포토라인도 연예인 하객도 없이 50여 명의 일가친척만 초대됐다. 신부대기실로 활용된 방은 단돈 10만원이었고 비싼 요리 대신 가마솥에서 부모님이 직접 끊인 국수를 대접하는 것으로 하객을 맞았다.
유명인이 보여준 이 결혼식은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인 결혼식 풍토였나를 대변하듯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명현관 신임군수의 취임식 식순을 보면 그동안 당연시돼온 모든 불필요한 식순을 제거하고 내빈소개를 없애는 등 군민들 곁으로 바짝 다가서려는 의지가 묻어난다. 
자신들만의 잔칫상을 펼쳐놓고 즐기는 모습을 더 이상 군민들이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의전을 생략하고, 단상을 없애고, 군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취임식을 진행한다고 해서 해남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착화된 형식적인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신임군수의 과감한 의지에는 박수를 보내고 환영한다.
민선 들어 지자체장의 권한은 막강하기에 제왕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거기서 느끼는 것은 박탈감이었고 소통의 단절이었다.  
이번 군수 취임식을 필두로 지역사회의 각종 불필요한 격식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
해남에는 수백 개의 단체가 있고 또 모임이 있다, 각 모임은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다루는 주제도 사람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행사만큼은 너무도 닮은 방식, 똑같은 식순으로 진행한다. 모임의 정체성을 찾기도 힘들다. 기관장의 참여가 행사의 주가 돼선 안된다. 
모임의 주체가 스스로 주인공이 돼야 한다.
면단위 축제의 주인공은 면민이 돼야하고, 마을단위 축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을주민들의 몫이다. 이번 신임군수의 취임식 주인공은 군민이다. 변화의 가능성을 본다.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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