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남종합버스터미널을 지나 우석병원 쪽으로 차를 몰고 모퉁이를 지나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봤다.
길모퉁이에 주차된 차량을 뚫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달려 나온 것이다. 마주 오던 포토 차량 운전자는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무엇이 불편하냐고요? ‘불편’이라는 단어는 상대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편’을 넘어 ‘안전’과 관련된 말이라면 우리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도로 주정차 단속의 본질을 묻고 싶다. 무엇 때문에 단속하는가. 해남군이 추진하는 홀짝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포함해 도로를 가로지르는 행인, 아니면 차량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하는 것일까.
해남군의 홀짝제 주정차 단속은 철저히 차량소통에만 맞춰져 있다. 이것도 차량소통이 안되는 곳이 아닌 큰 도로변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보여주기식 단속이다.
차량소통도 좋지만 주정차 단속은 인간의 생명에 맞춰져야 한다.
길모퉁이, 건널목, 인도 점거, 차량이나 보행자의 시야를 막아선 주정차는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당연히 행정의 단속은 인간생명을 우선하는데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안전을 위협할 주정차라면 결과적으로 ‘살인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특히 하교시간, 도로는 학원 차량과 학부모 차량이 혼재한 가운데, 아이들은 뛴 걸음이나 눈치로 어림짐작하고 횡단보도 없는 도로를 뛰어다닌다.
거리의 반사경 높이는 적정한가. 그 거울마저 가린 차량은 어느 시대 유물인가.
물론 ‘단속’도 중요하다. 형벌의 테두리가 조금이라도 벗겨지는 사각지대에는 여전히 꼼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사마천의 사기에서도 사회를 운영하는데 법이나 제도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에 ‘계도’는 인본적이다.
그러면서도 단속을 말하는 것은 인간생명을 담보로 하는 주정차만큼은 안된다는 경각심을 갖기 위해서다.
해남 어디를 가든 주정차 문제는 심각하다. 운전자들은 단속에 앞서 주차장의 부족함을 호소한다. 물론 주차장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주차장이 부족하다고 해도 인간 생명을 다투는 곳에의 주정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해남군의 주정차 단속,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우선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