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민 경(송지 신흥·귀농인)

 23일 스마트폰을 뒤적이다 접하게 된 노회찬 의원의 사망 소식은 참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순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접했던 때가 겹쳤다.
그때의 망망함을 잊을 수 없다. 너무도 슬펐다. 그리고 더 당당히 살아남아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방송에서 만나는 그는 언제나 웃음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숨어있는 냉철한 비판과 유머와 위트가 담긴 말들은 우리의 마음속을 시원하게 적셔줬다. 유시민처럼 독하게 내뱉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닌 그는 따스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그런 따스함과 정을 지녔던 그였기에 최근 그에게 불어 닥친 불법정치 자금 이야기가 그를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그동안 가졌을 도덕적 양심의 가책의 무게감을 떠올려 봤다. 진보 정치인의 모범적 모습을 지켜왔던 그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중요했던 도덕성이 2년 전 받은 수천만원의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는 조금씩 의심받기 시작했고 그의 정치적 생명을 크게 뒤흔들었을 것이다. 
그에게 쏠리는 관심이 커질수록 진보 정치세력에게 가해지는 타격이 클 것도 그에겐 큰 부담감을 주었을 것이다. 정신적 압박감은 결국 그를 사지로 내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더 순수한 양심을 가진 그였기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유서에 남겼듯이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감옥에 들어앉아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요리조리 피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말이다. 
다시는 방송에서라도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우리나라의 진보정치를 이끌어갈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다. 웃음 뒤편에 숨겨있던 촌철살인의 언어 미학을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 또한 크다. 무엇보다 진보정치를 이끌어 갈 큰 인물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절망이 크다. 그의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이었을 일을 뒤로한 채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많은 진보 정치인들에게나 노동자들에게도 큰 아쉬움과 아픔을 주고 떠나갔다. 부디 진보 정치인들이시여, 그의 일을 거울삼아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다시는 이런 슬픔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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