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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홍콩에 다녀왔다. 홍콩하면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숲의 화려한 야경, 세계 최고의 컨테이너 항구가 먼저 떠오른다.
홍콩은 반도와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대비 면적이 좁아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다. 그래서 빌딩과 아파트는 7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런 홍콩 시내를 돌아보니 초고층 건물의 위용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내심 염려가 생겼다.
산을 깎아 만든 비탈길 위에는 차량추락 위험이, 조밀한 건물 밀집지역에서는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지 아찔한 생각들이 밀려오고, 이런 곳에선 작은 사고가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지 여행가이드가 하는 말을 듣고 안심하게 됐다.
홍콩은 위험한 도로와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돼 있지만 대형화재나 교통사고가 인구밀도 등에 비례해 거의 없는 편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소심(小心)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이드는 표현했다.
홍콩은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 환경이어서 공무원이나 사고자의 부정 및 사고에 대한 법이 엄격하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부정을 저질렀을 때는 3대가 공무원이 될 수 없는 등 부정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이 매우 엄격해 공무원과 국민들이 매사에 조심하며 살아가는 것이 습관화됐다는 설명이다.
또 크고 작은 건물이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곳 입구에는 늘 ‘소심(小心)’이란 두 글자가 어김없이 붙어 있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물론 ‘소심(小心)’이란 말은 홍콩에서는 조심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는 어떠한가? 얼마 전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아직 피어보지 못한 어린 생명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뿐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대형 인명사고들을 보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나라는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대범(大汎)’한 민족이다.
우리는 옛부터 두 단어로 사람을 평가하는 습관이 있다. 바로 소심(小心)한 사람과 대범(大汎)한 사람이다. 물론 소심한 사람보다 대범한 사람이 더 인정받고, 특히 남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전적 의미로 소심(小心)이란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 대범(大汎)이란 ‘성격이나 태도가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너그럽다’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소심한 사람보다 대범한 사람이 우대받고 인정받은 문화이다 보니 일상에서 최고로 강조되는 안전에 관계된 일이나 법규정 조차도 괜찮겠지라며 대범(大汎)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벌이는 대범한 행동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들인데 말이다.
사건 사고는 선진국에서도 일어나지만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는 대부분 후진국형 사고라는 꼬리표를 달 때가 많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병원 통근버스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승객들이 버스를 내리막길로 밀어주고 뛰어서 버스에 탑승하는 영상을 보았다. 물론 버스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그 결과 내리막길로 내달려 건물에 부딪치고 나서 멈추게 됐다. 정말 웃지 못할 일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나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안전사고에 대해 너무 대범(大汎)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대범(大汎)한 마음이 아닌 소심(小心)한 마음을 가지면 많은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고는 대범(大汎)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괜찮겠지. 지금까지 별문제 없었는데 라며 대범함을 가지기보다 조금만 더 소심(小心)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고는 예방될 것이다.
큰 저수지가 무너지는 일은 작은 구멍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소심하게 살피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아야 된다.
사고는 평생 한 번이라도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대범(大汎)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남자답다는 문화로 성장에만 포커스를 잡은 까닭에 빠른 시간에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하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국민과 나의 안전에 관계된 일부터 법과 원칙을 지키며 우리주변에 사소한 것부터 용감하게 괜찮겠지 하는 대범(大汎)한 사람보다, 소심(小心)한 사람 즉 조심성이 습관화된 사람이 대접받고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하겠다.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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