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기 두(한국문인협회 회원)

초추(初秋)

 

 

 

밤바람 서늘하다.
매번 기척도 없이 찾아온 손님이
계절의 문턱을 넘을 때다.

칠흑의 밤 흐린 빛을 내려놓을 때
서성이던 달은 어디로 숨어버리고
뜨락에 귀뚜라미를 불러온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었던 밤이면
내 영혼은 알몸으로 쏘다녔는데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우는 소리는
내 밤을 채워준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사연들
은하의 별들이 강물에 흐를 때 
가버린 사람들은 돌아올 줄 모르고
계절은 와도 인생은 가고.

주락의 계절
들녘에 오곡이 익어가는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 시를 부르니
애절한 추억만이
내 마음속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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