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상 희(화산 한국의원 원장)

 며칠 전 안개비 내리는 날 아침 6시 반 경 고도리 인근 인력소개소 앞엔 미처 일거리를 잡지 못한 노동자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모두 후줄근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미 시간을 넘겼음에도 그들은 일자리를 향해 기다리고 있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자리가 없다"고 푸념한 20대 청년에게 "일할 의지나 의욕만 있다면 어디든 일자리는 있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력서를 곳곳에 보냈지만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25세 청년에게 "내가 가는 호텔과 카페, 레스토랑, 건설 현장에선 사람이 부족하다고 난리"라며 "파리 몽파르나스에 가면 일자리를 쉽게 찾을 것"이라며 구직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이어 "내가 길 하나만 건너면 당신에게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다"며 "그러니 더 시도해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화산면 고구마밭 현장과 삼마도 김양식장엔 거의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현지인은 여든이 가까운 할머니 몇 분을 겨우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일당은 8만원을 넘는다. 비오는 날은 13만원 수준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비용보다 높고 우리나라 최저임금수준을 넘는다. 
해남군은 자발적 고용 눈높이 낮추기에 참여한 청년들을 위해 일정 시기를 거친 뒤 실무 능력을 갖춘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인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고구마 농원 창업, 김양식 농장 창업 얼마나 멋진가, 젊은이여!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지난 분기 0.9명으로 떨어졌다. 인구감소로 지구상에서 소멸될 나라 1번이 대한민국이라고 옥스퍼드 인구연구소에서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여성의 경제할동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 영국, 미국 등 국가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은 높은 반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경제 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모두 낮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결혼 후 집을 얻을 수 있는 자금이 없고 더군다나 집을 사려고 하는 마음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75㎡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18억인데 호가가 1억 떨어졌다고 하는 뉴스를 보았다. 가진 자 위주의 주택과 토지정책이 지속되는 한 지금 30대 이전의 세대들은 집을 소유하거나 얻을 수조차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아이에게 집 없는 부모의 수치를 남기고 싶지 않아 아이도 낳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지금 주택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에 편승한 다주택보유자들 때문이다. 그들에게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면 주택 가격은 지금의 육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다음은 일자리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나서 통계적 일자리를 만드는 보여주기식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정부가 고용주가 돼 한시적 일자리 증가를 위해 고용되는 젊은 사람들은 적당주의에 물들기 쉽고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할 기회를 놓치게 돼 영원한 실직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나 지방정부는 고용주가 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일본은 지금, 시골이 더 ‘핫’하다”라는 글을 읽었다. 지금은 ‘로컬 지향의 시대’(마쓰나가 게이코의 책)라는 것이다. 
은행을 카페로, 창고를 책방으로. 노는 땅을 화원으로. 지역의 버려진 소중한 유산을 재개발해 소멸위기에 처한 작은 마을을 되살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원하는 것이 로컬 지향성이다.  
지방이 보유한 고유자원으로 매력을 창출해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인구절벽에 대한 절망을 경계해야 한다.
해남군의 출산 정책에 힘입어 해남군 출산율이 전국 1위이지만 꾸준하게 전체인구는 줄고 있다. 2017년 통계로 7만3604명이다. 시골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와 인구감소가 증가하는 사회보장비용, 재정 파탄, 지방 소멸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성장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성장을 이끈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기술 진보뿐 아니라 제품 경영 혁신을 포함한 이노베이션은 고령사회에서도 경제 성장의 원천이다. 저출산으로 아기 기저귀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등장한 어른용 기저귀가 한 사례다. 어른용 기저귀 시장 규모는 아기용 기저귀를 추월했다고 한다.
건강수명과 생활의 질을 해결하기 위해 산책로, 공원, 의료, 거리와 사회적 청결한 환경 조성 등 모든 면에서 개인과 해남군 전체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를 받는 혁신 부서 설립이 절실하다. 이런 노력을 모두가 한다면 젊은이들이 해남군을 찾아오고 다시 옛 해남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 해남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보인다.
전 세계를 강타할 미국발 거대한 금융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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