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태 정(땅끝문학회 회장)

 일전에 강진에 있는 민화박물관을 다녀왔다. 이곳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민화박물관의 자매 박물관이라는데, 다녀온 사람들이 키득거리는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가을바람에 한껏 들뜬 문학회 동료들과 동행했다. 
1층에는 민화, 2층에는 춘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그곳은 민화박물관보다는 춘화박물관으로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고금을 막론하고 관심을 끄는 것은 질펀한 것인가 보다. 2층에는 조선과 일본의 춘화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이런 그림들은 그 당시 손에서 손으로 은밀하게 거래되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책상 밑에서 밑으로 건네지던 성인 잡지만으로도, 그 유통 과정이 그려졌다. 그것은 소비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모두 관음증이라는 게 있다. 우리 풍속에도 버젓이 남아 있으니 신방 창호지에 침 발라 구멍을 내는 일이었다. 지금 같으면 재물손괴에 이어 사생활 침해죄, 그리고 또 어떤 죄가 추가될까. 그러나 카메라의 발달과 함께 더 이상 침을 바르지 않아도 될 지경에 이르렀다. 관음증 또한 가히 첨단을 걷고 있으니, 인터넷은 포르노 산업에 기반해 발전했다는 설도 억측은 아닐 성 싶다.  
사랑은 원래 하나였나 보다. 그래서 김남주 시인 풍으로 사과 반쪽 건네듯 사랑은 둘이서 나눈다고 하는가 보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아름다운 행위이다. 적어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랑의 행위를 하는 사람은 없다. 포르노는 애초에 보여주기 위한, 그러니까 판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나누는 사랑이 들어있지 않다. 
이 밤도 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것은 친밀감과 안락함을 동반하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행위는 비밀스러울 때는 아름답지만 공개되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예인 커플의 이야기다. 헤어지자는 애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남자 친구에게 여자는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여자는 뒤통수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감내하며 살아야 할 악몽 같은 날들에 몸서리쳤을 것이다. 
이를 리벤지포르노라고 한다. 이는 한 영혼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행위이다. 과거 그런 연예인들이 있었다. 흙탕물 가라앉듯이 몇 년을 숨죽이며 살다가 힘겹게 재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그건 정말 용기 있는 몇 사람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죽음을 선택하거나, 스스로 잊히는 길을 택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리벤지포르노와 같은 것을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음란물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안을 내어놓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게시판에는 ‘리벤지 포르노는 이해하지만 일반 야동까지 단속하는 나라가 어딨냐? 이건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성인물도 못 보냐? 정권이 바뀌면 국민 사찰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또 올라 일부 남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개인의 행복을 말할 때 흔히 헌법을 들먹인다. 그러나 헌법까지 가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다른 개인을 괴롭힐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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