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욱하(재경 향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1943년에 출간돼 1960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노벨문학상은 받지 못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사랑받는 작품이다. 
저자가 직접 삽화까지 그려 넣은 아주 짧은 글이지만 독자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아주 독특한 내용이 특징이다. 
첫 페이지에서 코끼리를 산체로 삼켜버린 기다란 보아 구렁이 그림을 보고 모자라고 대답하는 어른에게 어린왕자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언제나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또 책의 표지그림으로 나오는 소행성 B612에서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어린왕자에게 어른은 고작 숫자(나이), 형제, 몸무게, 아버지의 수입만 따진다고 질책한다.
이와 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어린왕자」는 어른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기 때문에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별칭도 있다.
어린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한 송이 장미꽃과 관계 맺기에 실패한 후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다른 별을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일곱 번째 도착한 별이 지구다. 
아프리카 어느 사막에 도착한 어린왕자가 처음 만난 여우에게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라고 제안을 하자 여우는 “난 길들여지지 않아서 놀 수가 없어”하고 거절한다. 이에 어린왕자는 오래전 장미꽃과 불화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길들이는게 뭐지?”라고 집요하게 되묻는다. 여우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길들이는 과정을 통한 관계 맺기가 무의미한 존재에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해 준다.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라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여우는 시간이 필요하고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말을 많이 해서도 안된다고 일러준다. 여우는 길들여지면 상대방의 발소리, 숨소리, 몸짓만으로도 모든 것을 감지하여 반응하는 상태를 이렇게 고백한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고 약속하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 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 지겠지. 네 시가 되면 난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그리고 길들여 진 것에 대해서는 영원한 책임이 있음을 덧붙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만 보인다는 비밀까지 말해 버린다. 
어린왕자와 여우를 통해 존재의 진정한 의미와 소통의 본질을 깨달으며 나 또한 나의 여생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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