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미(행촌미술관 관장)

 전라남도가 주최하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지난해 2018년 9월1일 열려 안착했다. 
2016년 1월에 발표된 전라남도의 문화정책 ‘남도문예르네상스’ 중 선도 사업으로 꼬박 3년의 시간을 달려온 결실이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의 후발 주자이다. 이미 국내에만 해도 각종비엔날레는 10여개가 넘어 시작하기 전부터 비엔날레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국제행사 승인을 내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정적 시선’은 스스로 무모한 일이다 싶을 정도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예산을 승인해주는 상위기관 역시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내 외부의 부정적 관점과 편견을 ‘긍정적 우려’와 ‘기대’로 바꿔가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현실로 구현되도록 꼬박 3년을 노력해왔다. 3년은 긴 시간이지만 어떤 일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아니었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지난해 9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드디어 막을 올렸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날들이 시작되었고 다른 일들이 벌어졌다. 그사이 함께 전남수묵비엔날레를 성사시키기 위해 함께 달리던 ‘비엔날레전우’ 전남공무원님들은 다 다른 곳으로 발령받았다. 
전남지사는 대한민국의 총리가 되었고, 일부는 승진해서 교육 가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정년퇴직하고, 멀리 다른 도시 책임자로 영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의 열정과 노고로 2018년 9월, 드디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매 2년 마다 9월과 10월 2개월 동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수묵비엔날레에 해남은 왜? 거론되지 않았을까?
많은 분들이 이제 와서 왜 수묵비엔날레에 해남이 빠졌는가를 묻는다. 마치 제탓인 듯 화를 내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그 이유는 실망스럽게도 매우 단순하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이다. 2016년 전남도청에서 발주한 ‘동양화비엔날레’ 용역보고서에 소치, 미산, 남농의 여정을 따라 개최 장소는 목포와 진도로 정해졌다. 당시 그 용역을 수행한 연구원 책임자는 축제전문가였다. 소치가 어느 날 진도에서 불쑥 솟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소치 스스로 ‘소치실록‘에서 밝히고 있건만 스승 초의선사와 추사 그리고 녹우당과 공재까지 연구하기에 예산과 시간이 부족한 탓이었다고 한다. 
행정적으로 한번 잘못 끼워진 단추는 쉽게 시정이 안 되는 모양이다. 용역발표 이후 사전준비사업격인 ’영호남수묵화교류전 ‘큐레이터를 맡으면서부터 자문회의를 통해 ‘동양화’ 비엔날레라는 명칭은 ‘한국화’ ‘수묵화水墨畵’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묵水墨’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해남 녹우당의 공재, 대흥사 일지암 초의를 놓치면 안된다는 의견을 수없이 내놓았지만 흐르는 물길을 돌리기에 혼자 힘은 무력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보다 더 어려웠던 일은 무관심과 이기심이었다. 2017년 전남수묵프레비엔날레가 국제행사로서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전남국제수묵’이라는 대의보다는 ‘진도’ ‘목포’가 더 중요한 낯선 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때만 해도 해남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다면 해남의 분산개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 해남은 군수 부재중이었다.  
두 번째 잘못 끼워진 단추는 2017전남국제수묵프레비엔날레가 개막하는 날 목포의 한 단체대표라는 분이 성명서를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일 이후 ‘전남국제’보다 ‘진도’ ‘목포’가 더 중요한 분들 덕에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목포와 진도의 수묵화전시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국제와 전남은 속수무책 비싼 들러리가 된 꼴이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면 해남이 희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해남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대의명분을 되찾아 멀어져간 ‘전남 국제’, 그리고 ‘해남’을 주목하도록 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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