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이미 사라진 부읍·면장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치 먼지 쌓인 고문서 더미에서 관직 하나를 찾아낸 느낌이다. 
읍·면에 3년 이상 근무한 6급을 대상으로 군에서 임명한다고 하니 감투 하나가 더 생기는 모양새다. 아마도 이웃 군의 사례를 벤치마킹이라도 했나보다. 그러나 벤치마킹은 만년 2인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타지자체 사례를 베끼려 하지 말자. 우리만의 것을 우리 안에서 만들어내자. 공무원 중에는 학창시절과 달리 공무원이 되고 나서 창의성 없는 사람이 됐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 창의적 사고가 타지자체 사례에 막히기 때문이다.  
부읍면·장제 부활에 대해서는 공직사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읍·면장의 업무가 과중해 밑으로부터 요청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1966년에 탄생한 부읍·면장제는 1998년에 폐지됐다. 당시 과장 승진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전락해 행정상 불필요한 자리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 결재라인이 하나 더 늘어 업무의 효율성만 떨어진다.
읍·면은 그 나름의 고유한 문화가 있게 마련이고, 이에 대한 판단은 읍·면장의 고유 권한으로 둬야 맞다.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지자체의 자율성을 침해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당장 에너지정책만 해도 지자체에게 얼마나 많은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가. 
애초 읍·면에 5년 이상 근무한 6급을 부읍·면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읍·면에 5년 이상 근무한 이가 적자 3년으로 단축했다고 한다. 충분한 조사도 없이 서두른 흔적이다. 누구를 위해 부읍·면장제를 부활하려 하는 것인가. 지나가 버린 제도가 아닌 우리 앞에 직면해 있는 지방분권에 대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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