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호(청년국악인)

저는 판소리 북을 치는 고수입니다. 고수는 소리꾼이 무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북장단과 추임새를 통해 더 좋은 소리를 이끌어주는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예술고 진학을 위해 떠난 고향이지만 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해남을 항상 그리워했습니다. 그 간절함 속에 진도군립민속예술단 입단으로 고향에 내려오게 됐습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아빠가 돼 돌아본 고향은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했습니다. 
제 손엔 늘 북채가 쥐어있습니다. 북채는 때론 아빠의 역할로, 때론 친구의 역할로, 때로는 주민의 역할로,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쥐어졌습니다. 북채를 드는 것이 북을 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건에 따라 시시각각 묵묵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추임새를 통해 기운을 북돋을 구실로 제 안과 밖에서 목청을 돋우었습니다.
삶에서 비단 고수는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름의 치열한 현장에서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지역을 움직이는 고수였습니다. 
해남에 내려와서 저는 그런 주변 이웃들과 조우했습니다. 멋지게 전국 합계 출산율 6년 연속 1위를 이끈 행정을 봤습니다. 그런 행정의 도움으로 지역민의 삶과 행복의 질을 높여준 평생학습의 장에 참여도 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북을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큰 열정도 말이 아닌 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전국 최대 논밭을 일구며 평생 우리 농산물을 지켜낸 농사의 고수, 동계 전지훈련과 전국 체육대회 개최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피땀 흘리는 체육의 고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수들, 그리고 그 고수들을 껴안은 것은 바로 우리 고장 해남의 넉넉한 땅이었습니다.
멋진 소리꾼의 소리가 관객의 흐트러진 눈망울에서 잠시 고개를 넘어갈 때, 고수는 장단의 속도, 소리의 사설 등 전부를 파악해야 순발력 있게 다음의 북가락도 신명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새해의 해가 떠오른 지금, 다음의 판을 계획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판소리의 판이라는 말은 ‘굿판’, ‘씨름판’에서 보듯 ‘일이 일어난 자리’를 일컫습니다. 생활 현장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모이고, 흩어지고, 일하고 놉니다. 그 과정에서 소리는 자연의 소리와 호흡해 한판을 엮습니다. 판소리처럼, 고수들이 그간 엮어놓은 판을 이제는 확장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고정된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어린 시절 소리북을 처음 접한 해남문화원의 공간에서 성장한 제 유년의 기억을 한 켠에 세워두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에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생활에 발전을 이끌어 낸다면 우리 모두가 진정 고수일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해남논단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삶의 질과 격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 싶습니다.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제 삶의 경험과 이웃의 숨은 고수들의 말을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아직 어린 생각이지만 많은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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