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설이다. 옛날 같으면 설을 앞두고 설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손길만으로도 마음 설레곤 했다. 대목장에 따라나섰다가 본 그 흥청거림은 또 얼마나 풍성했던가. 설빔이라도 사줄라치면 윗목에 고이 모셔놓고 만지작거리며 설날 아침을 기다렸다. 서울로 돈 벌러 간 형들과 누나를 기다리던 것도 유년시절 설 풍경이었다. 아마도 형과 누나의 손에 들린 종합선물세트를 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설렘은 기다림 속에 있는 것 같다. 
머리 희끗해져 오랜만에 모인 형제들은 마당에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웠다. 그리고 각자 지고 온 삶의 무게를 술잔에 섞어 연기로 피워 올렸다. 명퇴에, 불경기에, 아들놈 등록금 걱정에, 잠깐 눈이 촉촉해지다가도 없는 놈들 서로 등 토닥이면 기침 멎듯 눈물도 잦아들었다. 
명절은 기다림과 나눔이다. 그 바탕에는 정이 있다. 기다림도 정이요, 나눔도 정이다. 
설을 앞두고 온정의 손길이 신문 지면을 꽉 채운다. 떡국을 나누기도 하고, 쌀을 보내기도 하고,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손길이 이어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넉넉해진다. 혹자는 먹을 것 걱정 없는 세상에 무슨 쌀 선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먹을 것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선물은 쌀이라고 한다. 
올 설날에는 무엇을 나눌까. 소외된 이웃을 찾아 인사라도 나눠보자. 설에는 그들도 행복했었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올 이 없는 대문을 쳐다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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