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을 때 사람들은 그 나무가 성장해 만들어줄 그늘과 열매 등을 그려본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생각한다. 
나무는 심을 때는 묘목이라 크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지만, 가지를 뻗고 원줄기가 굵어지는 성목이 되면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공간을 차지해 주인이 돼 버린다. 나무를 심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자란 나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사람처럼 향기마저 감돈다. 사람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는 것처럼 나무도 있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도심의 가로수는 콘크리트 건물이 내뱉는 삭막함을 없애고 생기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준다. 해남읍내 시가지에 식재된 가로수는 이팝나무이다. 겨우내 죽은 듯이 있다가 4월이면 함성이라도 지르듯 일제히 흰 꽃을 피운다. 고봉밥 같은 그 꽃에 마음마저 넉넉해진다.  
그러나 들판과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변에 있는 나무들은 차량의 속도감과 주변 색에 묻혀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가로는 시가지의 넓은 길로, 일반적으로 교통안전을 위해 차도와 보도로 구분한 길을 말하며, 도로는 사람,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비교적 넓은 길을 의미한다. 도로수가 아니고 가로수라 명명한 이유는 애초 시가지에 심었던 나무라는 뜻이다. 
지난해 삼산면 송정리 앞길의 말라버린 소철이나 몇 해 전 13번국도에서 얼어 죽었던 후박나무들은 그만큼 관리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해남의 도로는 산을 끼고 있다. 눈만 들면 얼마든지 시원한 녹색을 바라볼 수 있다. 관리도 되지 않는데 그 외에 무엇을 바라는가.   
해남군이 가로수 녹지정비단을 운영한다고 한다. 심기보다는 관리로 전환해 시가지 이팝나무의 수형도 조절하겠다고 한다. 환영한다. 인공으로 설치한 그늘막 쉼터보다는 훨씬 더 친환경적이고 영구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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