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지폐기까지 들어갔던 배추의 고장 해남 들녘은 한숨 소리만 나온다. 폐기한 물량보다 더 많은 중국산 김치가 밀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 내에선 한국 농민이 아닌 중국 농민을 위한 농정인가라는 한탄의 말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배추의 고장 해남에서 해남산 김치가 아닌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많아 탄식의 목소리가 높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멋모르고 들어간 식당에서 수입산 김치를 대한 이들은 불쾌를 넘어 분노감이 들더라는 반응이다. 
다시는 그 식당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남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흔히 배추, 양파, 마늘 등 채소가격이 폭락하면 국민들은 사주기 운동을 벌여 고통을 나눠왔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연기설에 의하면 모든 존재는 인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멸함으로 저것이 멸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삶의 근본이다. 
우리 사회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기계화로 들녘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품앗이는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에 부조와 품앗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있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연결돼 배추 가격 폭락을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해남은 배추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고장에서 해남산 배추가 아닌 수입산 배추를 사용하고 있는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할까. 농민들의 아픔을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이것은 해남의 자존심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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