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종 기(해남군농민회 회원)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그 과거는 계속해서 현재의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자유권 규약에 따라 국가는 혐오표현을 하지 못하게 할 의무가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혐오표현이나 역사부정 발언은 어떤 수단으로든 금지돼야 한다. 혐오표현이 분출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파비앙 오마르 살비올리(Fabian Omar Salvioli) 유엔 진실·정의·배상·진상규명 특별보고관이 최근 방한해 한 말이다. 정치인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나 국가가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2016년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했고 민간인들에게 사격했다는 것과 당시 공군이 출격 대기 상태로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2017년 8월경에 국방부에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됐고, 조사위는 그러한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동안 국가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민 모두가 납득할만한 진상규명이 필요해서 작년에 특별법이 제정됐다.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과 이로 인한 사망·실종·암매장, 군의 최초 발포 경위와 집단 발포 책임 소재, 군이 헬기를 동원해 사격했다는 의혹, 북한군 개입설 등이다. 
자유한국당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5·18과 관련된 막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 차원이었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든 역사를 부정, 왜곡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사과한다는 둥, 징계를 한다고 하면서 그들의 장기인 쇼를 했다. 
광주민중항쟁 39년을 맞는 올해 민주주의의 아버지가 전두환이라는 말마저 듣게 된다. 
“인간적으론 안 된 일이지만 역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반세기를 넘긴 뒤에 나치 부역 행위자를 재판정에 세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중학생이 대답했다는 말이다. 1998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꼭두각시 정권하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파퐁은 40년이 지난 후 그가 숨겨온 비밀이 밝혀져 나치 협력자로 심판대에 올랐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현직에 그대로 머물렀고 주지사, 예산장관까지 지냈던 시쳇말로 거물급 인사였다. 그는 당시 90세의 나이에 법정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고 형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5·18과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는 국가폭력이다. 39년 전과 5년 전 사건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닮았다. 그날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그날의 진실이,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계속해서 인간이라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배설하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도 않고 처벌받지도 않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반복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잔인한 4월을 맞아 추모를 하는 것뿐 만 아니라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그에 걸맞게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국민들의 촛불로 들어선 정권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유가족뿐 만 아니라 우리들은 세월호 참사의 공범으로 남을 것이다. 
그날의 기억이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슴 시린 이때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풀어주라는 말을 듣는다. 그들의 입을 통해 국론분열, 국민통합, 화해와 용서, 인권을 들먹이며 풀어주라고 하겠지. 벌을 받는 것이 진심 어린 사과이고 속죄하는 길이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길이다. 
전두환, 노태우처럼 박근혜마저 감옥문을 나서는 모습을 차마 볼 수는 없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