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친구 채수진씨
전남정신건강 한마당서 진가

▲ 해남보건소 정신건강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채수진 주무관은 정신장애인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이다.

 행사 하루 전날 조현병 환자에 의한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숙박업소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거부의 움직임도 일었다.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우슬체육관에서 열린 전남정신건강 화합한마당, 행사 준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사건 방지를 위해 행사장인 우슬체육관의 선수대기실 등 쓰지 않는 문은 모두 막고,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폐쇄했다. 행사 준비는 전날 밤 12시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다음날 울먹이는 목소리의 전화가 해남군보건소로 걸려왔다.
“남편이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이제야 사람대접을 받은 것 같대요.” 광양에서 걸려온 여인의 전화였다. 
해남보건소(소장 김미경)에서 정신건강사업과 자살예방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채수진 주무관은 정신장애인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전남 정신건강 화합 한마당을 총괄 기획하면서 진가가 발휘됐다. 
채 주무관은 정신장애인들을 ‘우리 회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회원’들은 그동안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존감이 떨어져 주눅 들고 표현이 서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들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인들이 ‘우리 회원’들의 어떤 행동을 보며 ‘똑똑하네’라고 말을 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똑똑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전제로 하는 말이기 때문이란다.    
화합한마당 행사는 전남 6개 시군 참가단체 찬조공연과 명랑운동회, 레크리에이션에 이어 문화공연으로 이어졌다. ‘우리 회원’들은 수준 높은 공연에 환호했고 머그컵과 양면손거울, 방향제 만들기에 적극 나섰다. 특히 장기자랑은 자존감을 북돋워 주는 계기가 됐다. 
어느 보호자는 항상 우울한 모습만 보였던 아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정신장애인들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보호자를 비롯해 600여 명이 함께했다. 
행사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던 채 주무관의 일은 밤에도 이어졌다. 어렵게 마련한 숙소에서 우리 회원들과 함께 자며, 혜민병원과 유관기관의 도움으로 투약과 복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우리 회원’들은 혜민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3~6개월에 한 번씩 입원심사청구를 하는데 채 주무관에게 퇴원시켜달라고 편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어지는 그들의 하소연에도 호응해주고 다독거려 준다. 
채 주무관은 담당 업무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표현력이 부족할 뿐이지 ‘우리 회원’들도 준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안다고 했다. 채 주무관은 착한 ‘우리 회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개선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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