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정(편집국장)

 대흥사는 천년이라는 유구한 세월동안 해남군민과 함께했다. 대흥사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때 군민 모두가 기뻐했던 것도 천 년 간 쌓이고 쌓인 애정 때문이었다.
해남 대표적인 이 사찰의 종교 지도자와 연관된 일이 연일 해남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이미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났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피해 여성들의 수많은 미투를 경험했다. 법조계, 예술계, 정계에 이어 종교계도 성역은 아니었다. 종교계의 지도자는 어버이와 같은 존재로 존경의 대상이다. 김수환 추기경, 성철스님 등은 몸소 실천이 따랐기에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이들이다. 종교계 지도자는 이처럼 한 사회의 정신적인 지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들에게 평범한 이들을 뛰어넘는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흥사는 대한불교 제22교구 본사다. 한국 불교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너무도 크다. 그러기에 이번 일이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는 궁극적으로 중생을 구제하고자 수행하는 이들이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만큼 주지스님이나 조실 스님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려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사건은 더욱 확대 재생산 될 것이며 대흥사가 입을 상처도 그만큼 커진다.
시중에 돌고 있는 이야기가 100퍼센트 팩트가 아닐지라도 이러한 여론이 돈다는 것 자체가 대흥사의 아픔이다. 피해 여성과 지역 사회의 아픔을 시급히 치유하자는 것이 현재 여론의 정곡일 터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여성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서 나타난 것이 미투운동이다. 또 여성성을 존중하지 않는 일에 대해선 사회가 분노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는 이런 사회적 정의를 실현할 이들이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이미 대흥사를 넘어섰다. 해남군의 일이자 천 년 간 함께 해온 대흥사를 온전히 보듬자는 목소리로 확대됐다. 그만큼 지역사회에 대흥사라는 사찰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방증이다. 조기에 해결해야만 대흥사가 입을 상처 또한 최소화할 수 있으며 해남의 자존심도 지킬 수 있다. 
대흥사가 이번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향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도 뒤따라야 한다. 대흥사는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신자들의 신앙의 공간이요, 국난과 사회변혁에도 앞장서서 대중을 보듬어온 공간이다.   
지금도 묵묵히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수행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모든 종교계가 더 맑아지고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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