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옥희(마을기업 연호주식회사 이사)

 어느 봄날에 난 ‘해남황산 연호보리축제’랑 사랑에 빠졌다. 축제를 준비하는 하루하루는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설렘으로 가득 찼다. 변할 것 없는 일상에 생기를 주었고, 늘 조용하던 농장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SNS를 통해서 멀리 부산에서 가족여행도 오고, 사진작가님들이 팸투어도 오고, 연인이나 친구들과도 오고, 혼자 와서 조용히 사진만 찍고 가는 분들도 있었다. 
내심 기다려지는 하루하루, 오늘은 또 어떤 손님이 올까?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농장은 활기가 넘쳤고 보리밭은 푸름으로 물들어갔다.
내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농장지기입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가이드도 자청했다. 고두심 거리를 함께 걸으며 보리피리도 불고 보리 내음에도 흠뻑 취했다. 오는 이들이 보리밭이 예쁘다 하니 매일 보던 보리밭은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축제가 다가올수록 마을언니들과의 만남도 많아졌다. 청보리 해물전에 도토리묵을 무쳐 먹으면서 보리밭 추억에 대한 이야기로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언니들 우리 오늘 뭐하게 나와요”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함께 모여 청보리도 캐고, 쑥도 뜯고, 함께 포스터도 붙이고, 교육도 받고, 홍보하러 행사장도 가고, 하루하루 알차게 채워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때에 우린 내 일 네 일이 따로 없었다. 부족한 일손 채워나가며 우리가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준비했던 모습들이 멋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았다.  
함께하는 날이 쌓여 갈수록 추억 또한 쌓여갔다. 우리라는 울타리가 생겼고 함께라는 무지개가 떴다. 매일매일 바쁘게 새벽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며칠을 달려야 했지만 함께였기에 힘듦에도 즐거움과 행복의 연속이었다.
짧은 시간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준비했기에 아쉬운 마음도,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지만 나름의 성공적인 축제로 막을 내렸고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고추를 돌보고, 감자밭도 메고, 참깨도 뿌렸다. 그러나 그 설렘만은 그대로였다. 
새참시간에 전화가 왔다. “옥희야 새참 가지고 와라.” 행복해서 웃음이 나왔다. 함께 했던 시간들만큼 서로 익숙해졌는지 따로 하는 일이 왠지 낯설어졌다. 처음에 서로 서먹했던 언니들과 이젠 같은 시간을 공유했던 가족이 되었다.
보리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축제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따금씩 농장을 찾아온다. 여전히 아름답고 푸르게 넘실거리는 보리를 찾아서 하루하루 여물어가는 보리를 보며 벌써 아련해진 축제를 추억해 본다.
첫봄이 오는 길 해남 따뜻한 마을 연호, 푸름이 넘실대는 냔냔이농원 그곳에서 나는 말한다. “안녕하세요? 농장지기입니다.”
끝으로 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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